제5장
주소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얼굴엔 충격이 그대로 드러났고 도저히 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심수혁은 지금껏 주소민에게 단 한 번도 날카롭게 말한 적이 없었다. 늘 다정한 말투를 사용했고 그녀가 상처받을까 봐 한 번도 거칠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방금 심수혁의 말투는 나조차 놀랄 만큼 싸늘하고 날카로웠다.
아마 본인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굴었다는 걸 자각했는지 심수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문제야. 넌 끼어들지 말고 별일 없으면 먼저 돌아가.”
하지만 주소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빠, 잊은 거야? 내가 살던 집이 지금 공사 들어가서 못 들어간단 말이야...”
“집에 못 들어가면 호텔 가면 되잖아. 성인이 그 정도도 못 해결해? 내가 갑자기 집 하나 뚝딱 만들어줄 줄 알았어?”
그 말투는 단호하다 못해 꽤 냉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심수혁이 슬쩍 그녀에게 눈짓을 주는 걸 놓치지 않았다. 본인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에겐 그 눈빛이 너무 익숙했다.
사실 나는 그가 도시 외곽에 몰래 작은 주택을 하나 사놓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주소민도 그걸 눈치챈 듯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심수혁의 외투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열쇠를 꺼냈고 그대로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를 굳이 들추지 않았다. 솔직히 이제 그들에게 어떤 감정도 없었고 따지고 든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싶었다. 그 집은 명의상으로도 심수혁 소유였고 그가 누구에게 주든 그건 그의 자유였다.
주소민이 사라진 뒤 심수혁은 한숨을 쉬더니 훨씬 부드러운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이제 됐지? 너도 좀 풀렸을 거 아니야.”
“너 내가 진짜 이혼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어? 그냥 네가 요즘 너무 삐뚤어진 거 같아 그거 좀 바로잡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나랑 주소민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이 도시에서 혼자 지내는 게 안쓰러워서 도와준 거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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