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5화 패닉에 빠진 클로이
클로이는 당황했다.
“리더님, 우리가 카이사르 용병단을 소멸시켰잖아요, 천왕궁의 대장 흑카이사르가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흑카이사르는 용병계의 황제니까요, 비록 카이사르 용병단이 우리 손에 죽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카이사르의 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가 손짓만 해도 국제적으로 수많은 용병단들이 앞다퉈 따를 겁니다.”
클로이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사실 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카이사르 용병단을 없앤 것을 때는 짜릿하긴 했지만 이제 그 후유증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클로이는 항상 자신을 상기시켰다.
‘천왕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여기는 우리의 영토이고 뒤에는 금발 잭과 그의 동료들이 지원해 주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하지만 왜 인지 클로이의 다리는 제멋대로 떨리고 있었다.
“리더님, 금발 잭과 그들은 언제 돌아오나요?”
제니엘이 물었다.
“며칠 동안 천왕궁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켰으니 그들도 분명 소식을 들었을 텐데,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했는데 왜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거죠.”
모습이 보이지 않죠?”
“뭘 그리 급해.”
클로이는 금발 잭이 그에게 준 훈장을 꺼내 들었다. 그 훈장을 손에 쥐고 있으니 조금은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이건 잭이 우리에게 준 시험이야, 만약 우리가 이런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제2 세계에서 어떻게 살겠어.”
제니엘은 놀랐다.
그때 클로이는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제니엘,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 우리 클로이 집단 뒤에는 두 번째 세계가 서 있어. 두 번째 세계와 비교하면 천왕궁은 쓰레기에 불과해, 그런데 우리가 왜 천왕궁을 두려워해야 하지?”
클로이는 이 말을 하며 자신을 격려하고 있었다. 사실, 이 말을 할 때 그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제니엘은 잠시 멍해졌다가 말했다.
“리더님,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하하, 우리는 지금 전국 대부분의 무장 집단을 장악하고 있어, 동시에 우리 클로이 본부에도 천 명이 넘는 전투원도 있지, 한 명의 흑카이사르를 상대하는데 전혀 문제 없어.”
“흑카이사르가 만약 우리를 공격하러 온다면 나는 그를 이곳에 묻겠어.”
제니엘은 순간 식은땀을 흘렸다.
“리더님, 정말로 천왕궁과 정면으로 전쟁을 벌일 건가요?”
“네 생각에……, 우리에게 더 이상의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 지금 당장 모든 무장 집단들이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또한 다른 도시의 집단들에게도 통지해.”
“천왕궁 사람이 나타나거나 흑카이사르의 흔적을 발견하면 공격……,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고 바로 공격해.”
“알겠습니다.”
밤이 점점 깊어져갔다. 평소라면 밤 늦게까지 놀다가 잠들 클로이였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뒤척이며 잠들려고 애썼지만, 잠들 수 없었다, 정말로 잠들 수 없었다. 클로이는 계속해서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 세계를 등에 업고 있어 천왕궁의 복수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게다가 여기는 그의 영역이니, 설령 흑카이사르가 진짜로 왔다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클로이의 불안함을 억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어떻게 해도 잠들 수가 없었다.
결국, 자정이 지난 후에야 클로이는 겨우 몽롱한 잠에 빠져들었다.
클로이는 누군가가 침대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유령이나 악령이 그의 앞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누구세요?”
클로이는 침대 앞에 서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고 생각하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창가에서 정말로 어떤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어두운 탓에 클로이는 그 사람의 얼굴을 도무지 볼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코트를 입고 있고 키가 크고 위엄 있어 보인다는 것뿐이다. 달빛이 비친 그 사람의 손에 쥐어진 단도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은 볼 수 있었다.
클로이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쥐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검은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졌고 이내 클로이 앞에 도착했다, 그때 서야 클로이는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흑카이사르다.
용병황제 흑카이사르, 천왕궁의 대장 흑카이사르, 흑카이사르는 클로이에게는 악몽 같은 존재였다.
“네가……, 내 카이사르 용병단을 학살했어.”
흑카이사르의 입에서 나오는 매 단어가 마치 저승사자의 심판처럼 들렸다. 클로이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고 온몸이 절로 떨려났다.
“저……, 저…….”
클로이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형제들, 다 당신 손에 죽었지?”
흑카이사르의 얼굴은 점점 더 흉포해졌다, 클로이의 눈에는 흑카이사르의 얼굴이 악마 같았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삼키려는 듯했다.
“제발!!!”
클로이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땀으로 옷과 이불이 다 젖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창문 쪽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엔 흔들리는 커튼만이 있을 뿐 흑카이사르의 그림자는 없었다.
“후우우……!”
클로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방금 꾼 악몽임을 깨달았다. 다시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멀리서 포화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몇 초 만에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무슨 일이지?”
클로이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침대에서 튀어나왔다. 옷을 입고 무기를 챙기려는 찰나, 제니엘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 들어왔다.
“보스, 큰일 났어요. 흑카이사르가 우리 본부 쪽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뭐라고?”
클로이는 모골이 송연해 났다. 악몽에서 일어났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클로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니엘, 너 착각한 거 아냐? 내가 명령을 내렸잖아. 흑카이사르가 보이면 바로 공격하라고. 그가 우리 본부까지 오는 건 불가능해.”
제니엘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스, 그 무장 집단들은 전혀 믿을 게 못 돼요. 요즘 천왕궁이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아져서 그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