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2화 신이의 동기
오늘은 천왕궁 사람들에 의해 오산 그룹이 해체되고, 김석훈이 잡히는 등 한인타운에서 어마어마한 폭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동안 천왕궁이 해온 일들은, 해외에 있는 자들까지 공포에 떨게 했다. 잠자코 있던사자가 끝내 폭발하고 말았고, 그간 천왕궁을 귀찮게 하려고 했던 조직은 모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디 그뿐일가, 행여나 자신들에게 그 불똥이 튈까 두려워 다들 숨어있느라 바빴다.
조경운이 탄 배는 천왕도에 위치한 항구로 향했고, 김석훈도 그 섬으로 끌고 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조경운 쪽을 향해 걸어왔다.
“배트, 얜 네가 책임지라는 지시다. 회장님께서 내일 동 트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한테 유리한 모든 정보를 알아내라고 하셨어. 그리고 다른 소식들도 최대한 빨리. 회장님 얼마 못 기다리신다. 빨리빨리 행동하자.”
조경운은 배트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빠짐없이 전했다.
“알겠어.”
배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석훈 쪽으로 걸어가더니, 김석훈을 섬에 있던 취조실로 데리고 갔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우리 내기할래? 너희 천왕궁 사람들은 곧 고분고분하게 날 내보내주게 될 거야.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날에는, 너희들 모두…….”
“그 입 닥쳐.”
배트는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한 김석훈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김석훈의 얼굴은 뺨을 맞음과 동시에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네가 뭔데 감히 날 쳐.”
“잘 들어 새끼야, 이 세상 그 누구도 감히 우리 천왕궁을 협박하지 못할 거고, 아무도 우리 천왕궁을 상대로 사람 같지 않은 짓을 하고 다니게 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잘 협조해준다면 몰라도, 혹시라도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네놈은 곧 진짜 지옥이 뭔지 똑똑히 알게 될 거야.”
다음날 아침, 천왕도의 어느 벼랑 끝.
그 앞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있었고,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면서 그 아래에 있던 바위들을 세차게 들이박고 있었다.
하천은 벼랑 끝에 서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전엔 찾아볼 수 없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트가 이미 김석훈을 통해서 그 조직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고, 섀도우 쪽에서도 어젯밤에 이미 그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대략적인 위치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백우상은 조경운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며 하천 쪽으로 걸어왔다.
엄여수, 한애 그리고 백목창룡도 이곳에 함께 나타났다.
즉 지금 이곳에 서있는 자들은 천왕궁 궁주와 천왕궁 5대 천왕들이었고, 이렇게 다 모인 적은 꽤 오랜 만인 듯했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하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조경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김석훈이 속해있던 조직은 제2세계에 속하는 신이라는 조직이었습니다. 그 조직안에는 전부 제2세계에서도 젊은 층에 속하는 이들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제2세계 녀석들은 자신들을 신령과 같은 존재라 여기며 살고 있었는데, 그 녀석들 자식놈들이 글쎄 자신들을 신의 2세라고 자칭하고 있다고 합니다.”
“풋!!!”
하천뿐만 아니라 한애와 백목창룡 등 이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른바 제2세계란, 사실은 범속 초월 조직에서 구성된 세력이었는데, 말하자면 H국의 고대 무림계와 비슷한 조직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사실 그렇게 평범하지 만은 않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역시,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범속 초월세력이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이나 그 세력을 전승해오며 많은 역사를 써내려왔다. 그중에는 실력자들도 많이 있었는데, 한 나라의 명맥을 손에 쥐고 있거나 나라 정세를 다루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세력들은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와 점점 큰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 과학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무기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던 세상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속과 상대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숨어들긴 했지만 결코 완전히 모습을 감춘 건 아니다. H국의 고대 무림계든, H국을 제외한 다른 조직인 제2세계든 여전히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혹시라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국가에서조차 꺼리는 존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다만, 예전처럼 그렇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세상을 휩쓸고 다니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은 여전히 신령 못지 않은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해외에 있는 제2세계라 그런지 진짜 막 나가네. 자기들을 신령이라고 부르는 걸로 모자라, 그놈들 2세들은 심지어 자기들을 신으로 자칭하고 다닌다니.”
하천은 짧게 탄식했다.
“H국의 고대 무림계도 감히 자신들을 신령이라 자칭하지 못했는데, 이 녀석들은 정말이지 겁이라는 것도 없나 보네.”
한애도 이에 한마디 보탰다.
“H국 고대 무술은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범속 초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전 세계 범속 초월에도 이렇다 할 경계가 생기게 되지. 그래서 H국은 고대 무림계라 자칭하게 되었고 H국 외에 다른 범속 초월 조직들을 통 틀어서 제2세계라고 부르게 된거고.”
“형님, 우리 천왕궁이 제2세계의 미움 산 적 없는 것 같은데, 이 녀석들은 왜 갑자기 우리 천왕궁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가요?”
이에 하천은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 천왕궁이 점점 범속 초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전에 너희들한테 했던 H국 고대 무술공법에 관한 얘기들,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한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기억하죠,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행동하라고 하셨던것 같은데. 고대 무술공법은 우리한테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가져다줄수도 있다면서.”
“맞아.”
하천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이젠 번거롭게 됐어.”
하천의 이 말을 끝으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엄숙해졌다. 오늘의 천왕궁 천왕으로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으니, 결코 보통 사람들이 아니였다. 그러니 당연히 하천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알고 있었다.
“난 오래 전부터 천왕궁을 H국에 귀속시킬 생각이었어. 그런 날이 올거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신이따윈 두려워 하지 않았지만, 제2세계는 결코 만만한 세력이 아니야.”
말을 끝낸 하천은 고개를 돌려 조경운과 한애등 이들을 한명씩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조만간 정말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다들 마음의 준비나 잘 하고 있어.”
“우리 천왕궁의 위엄은 그 누구도 감히 침범해서는 안돼. 제 아무리 제2세계라 해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러니 이번 일, 절대 그렇게 쉽게 끝내선 안돼.”
“제2세계에 관해선 아직 그렇게 신경쓰고 싶지 않아. 근데 그 신이라는 놈들한텐 반드시 그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 해.”
묵묵히 서있던 천왕들도 그 말에 금세 엄숙해졌고, 다들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백목창룡은 무슨 결심이라도 내린 듯 물었다.
“어떤 놈들이 신이라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고? 그놈들이 갑자기 우리 천왕궁을 못살게 구는 이유는 또 뭐고?”
이에 조경운이 대답했다.
“배트가 김석훈한테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신이라는 조직 수령은 카덴이라고 하는데, 제2세계 범속 초월에서도 꽤 큰 조직에 속하는 사제회 고층 아들이라더라. 신이 다른 멤버들도 제2세계에 있는 각 조직 고층 자제들이고. 다들 다른 나라출신인데 M국, Y국, U국, 동영에 고려까지 별의별 나라가 다 있더라.”
“걔들이 대체 왜 우리 천왕궁을 못살게 구는 지에 대해서는…….”
말을 마친 조경운은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뭐 대충 지루해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