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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지구 반대편, 월드 투어의 첫 번째 도시. 그곳은 예술의 숨결이 짙게 배어 있는 유럽의 한 도시였다. 신지은은 리허설을 하는 곳에 있는 거대한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는 오래된 건물들과 잔잔히 흐르는 강이 보였다. 팀은 막바지 음향 점검에 한창이었고 여러 악기의 소리가 겹치며 부딪혔다. 막 되살아난 그녀의 귀에는 그 모든 소리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신지은은 대부분의 시간을 잘 버텨냈다. 하지만 조율사가 실수로 날카롭고 찢어지는 고주파 피드백을 내거나 거리에서 갑자기 소방차의 사이렌이 울려 퍼질 때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짧은 이명과 어지럼증이 뒤따랐다. 그건 몸에 남은 공포의 기억이었다. 거대한 소음 위에서 무너졌던 청각이 재건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예민함과 취약함이었다. 신지은은 그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그저 두 주먹을 꼭 쥔 채 시간이 지나가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녀는 상처를 보여주러 온 게 아니라 연주하러 온 사람이었으니까. 신지은이 속한 팀에는 민서준이라는 한국인 음향 엔지니어가 있었다. 그는 말수가 적고 늘 복잡한 조정 장비와 케이블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신지은은 곧 한 가지를 알아차렸다. 소리가 지나치게 섞이거나 찢어질 듯 날카로울 때 자기가 멈칫하거나 미간을 찌푸리면 다음 합주에서는 그 불편했던 주파수들이 어김없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다는 사실을. 휴식 시간, 그녀는 민서준이 실시간 주파수 그래프를 뚫어지게 보며 슬라이더 몇 개를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디선가 시선을 느꼈는지 민서준이 문득 고개를 들었고 신지은과 눈이 마주치더니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장비 연결 상태를 확인하러 돌아섰다. 또 한 번은 그녀가 백스테이지 구석에서 눈을 감고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따뜻한 물 한 컵이 조용히 신지은 옆 테이블 위에 놓였다. 다시 눈을 뜨자 민서준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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