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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리스닝퓨처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다시 신지은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새 아파트에 걸 커튼을 고르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신지은 씨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동정이 아니라 누군가는 어두운 시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소리로 이렇게 아름다운 걸 만들어내고 있다는 가능성이요.” 신지은은 말없이 커튼 원단 샘플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다음 주에 이곳에서 작은 워크숍이 하나 열려요. 부담 없이 그냥 한번 와서 보시기만 해도 돼요. 아무 약속도 필요 없어요.” 그 말에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갈게요.” 워크숍은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었다. 보청기를 낀 아이도 있었고 인공와우를 착용한 아이도 있었으며 아직 언어 훈련 초기 단계에 있어 세상이 흐릿한 조각처럼 느껴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신지은은 한쪽에 앉아 재단 선생님이 과장된 입 모양과 풍부한 몸짓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악기를 만지며 진동을 느끼도록 이끄는 모습을 지켜봤다. 잠시 후,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한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드럼의 북면을 톡 건드렸다. 그 순간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마 아이는 드림에서 나는 소리를 또렷이 듣지는 못했을 테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신지은 마음속 단단히 굳어 있던 무언가가 아주 조금 풀어졌다. 그녀는 문득 민서준이 준 USB를 떠올렸다. 그 안에는 공연 녹음뿐 아니라 어느 날 연습을 마친 뒤, 지쳤지만 그것보다 더 큰 만족감에 내뱉은 신지은의 짧은 숨소리 하나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민서준이 함께 넣어둔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자기가 살아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해요.] 신지은은 어쩌면 자신이 두려워했던 침묵과 부서진 소리를 다른 형태로 바꿔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녀는 준비되어 있던 거문고 앞으로 걸어갔다.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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