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5장
얼굴을 일그러뜨린 허태윤의 표정은 한도 끝도 없이 차가웠다.
“연화는 괜찮아도 내가 안 괜찮아. 당장 거기서 내려서 이 방에서 나가!”
소피아도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결국 어쩔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작아서 꽉 끼는 파자마가 소피아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겨우겨우 감싸고 있었다.
고연화가 입으면 공간이 남아도는 파자마였지만 정작 골격 자체가 큰 외국 혈통인 소피아가 입으니 묘하게 야릇한 느낌을 선사했다.
허태윤의 얼굴은 줄곧 펴질 줄을 몰랐다.
“연화 옷을 네가 왜 입고 있어?”
소피아가 약간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 캐리어 아직 안 왔잖아! 태윤아 잊었어? 너 따라 급하게 오느라고 이렇게 된 건데! 윤진이한테서 빌려 입으려고 했더니 절대 안 주려고 하니까 여기서 아무 옷이나 골라 입은 거지!”
고연화의 옷만 빌려입은 게 아니라 이 방 욕실에서 샤워까지 했었다.
어쩔수 없지, 허윤진이 절대 자기 방에서 샤워는 못하게 하니까!
가뜩이나 작은 고연화의 옷은 소피아가 어깨를 들썩일 때마다 위로 들리며 더욱 묘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허태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벗어.”
깜짝 놀란 소피아가 어이 없다는 식으로 웃어보였다.
“확실해? 지금 여기서 벗으라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피아가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허태윤이 휙 뒤돌아 서 발코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네 옷으로 갈아 입어, 연화 옷은 당장 돌려놓고!”
소피아도 결국 대답을 하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걸음을 옮겼다.
허태윤은 곧장 발코니로 가 쌀쌀한 밤바람으로 두 뺨을 적셨다.
분명 변한 것 하나 없는 방임에도 반감이 드는 느낌.
담배에 불을 지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이 들려왔다.
누구인지를 알았기에 허태윤은 뽀얀 연기를 내뿜으며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은 소피아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일부러 투덜거리며 말했다.
“태윤아, 우리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이렇게 거리 둘래? 이럼 나 상처 받잖아!”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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