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3장
허태윤의 표정에선 그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지만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절대 이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
“빌기까진 해도 나랑 얘기는 안 하겠다?”
고연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언제요? 빌라고 한 건 그쪽이잖아!”
“네가 그렇게 사람 말을 잘 들었었나? 그럼 집에 있으라고 했던 내 말은 왜 안 들었는데?”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힌 고연화는 그저 허태윤을 노려보기만 할 뿐 현재의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라 했다.
입이 삐죽 나와서 씩씩거리는 고연화를 보자니 저도 모르게 화가 누그러든 허태윤은 한 손으로 통통해진 고연화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포동포동 해졌는데도 왜 이렇게 귀엽지?”
“......”
갑자기?
칭찬을 막 하네?
“크흠! 이러면 내가 용서할 줄 아나 본데 꿈 깨요!”
허태윤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용서해 줄 건데.”
고연화가 움찔 놀라며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남자의 눈을 쳐다봤다......
강제로 끌어안은 걸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데......
허태윤이 말한 용서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 보인다......
용서?
유부남인 걸 속인 사기꾼 자식한테 용서는 무슨!
울그락 불그락 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는 고연화에게 다가가 허태윤이 살포시 이마를 맞댔다.
“얘기해 봐, 어떻게 하면 이 아저씨 용서해 줄 건지.”
가슴 한 켠이 찌르르 떨려오던 고연화는 순간 상황파악을 하곤 몸을 뒤로 내뺐다.
“건드리지 마요!”
허태윤은 더는 들이대지 않은 채 조용히 고연화를 쳐다봤다.
분명 힘 있어 보이지만 저자세로 심판을 기다리는 듯 묘하게 불쌍한 눈빛으로......
불쌍하다는 네 글자가 뇌리를 스치기 바쁘게 고연화는 정신을 번뜩 차렸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불쌍하다고 여겼다간 평생 후회할 텐데!
“선생님, 두번 다신 이런 선 넘는 행동은 하지 말고 이상한 말도 하지 마요!”
허태윤의 미간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다.
“그럼 말해 봐, 그땐 왜 도망갔는데?”
왜 도망갔냐고?
그걸 뻔뻔하게 지 입으로 물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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