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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장

허태윤이 가느다랗고 긴 눈으로 고연화를 주시했다. “얼굴 보려고.” 고연화가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저기요 선생님, 할 말 있으면 얼른 해요. 아님 그냥 잘 거니까!” “자.” “하! 그럼 끊습니다!” 허태윤의 목소리엔 미동은 없었지만 제법 위협이 가해져 있었다. “자는 건 되는데 끊는 건 안 돼.” 뭐라? 고연화가 말도 안 된다는 듯 투덜댔다. “잔다니까요, 끊지 않고 어떻게 자? 설마 나 자는 거 라이브로 보기라도 할거예요?” 허태윤은 한 손으로 턱을 척 괴웠다, 마치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양. “못 본 것도 아니고.” “이런 취미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근데 난 거기에 협조할 이유 없어요! 딴 여자 찾아가던가!” “딴 여자 없는데.” “없다뇨? 진짜 와이프 소피아 씨 있잖아요! 두 사람 사이면 소피아 씨가 발개벗고 춤 춰줘도 되겠네!” 소피아라는 말에 줄곧 무감하던 허태윤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림 싫다 이거지?” “......” 이 개자식이! 협박할 게 그것밖에 없나! “침대 쪽으로 카메라 돌려, 잘 거면 자고.” 휴대폰 화면을 1분이 넘게 노려본 고연화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침대 맡 협탁에 세워뒀다. 씩씩거리며 침대에 올라온 고연화는 툴툴대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그때, 남자의 무거운 목소리로 들려온다. “이불 거둬, 숨 막힌다 그러다.” 인내심이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엄마의 그림을 태워버리기라도 할까 참을 수 밖에 없다. 순순히 이불을 거두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지만 고연화는 일부러 등을 홱 돌려버렸다. 이번엔 남자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에 고연화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이젠 끊었겠지 싶었지만 예고도 없이 남자의 새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허태윤은 여태까지도 뚫어져라 고연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머쓱해진 고연화는 또다시 귀신이라도 본 듯 홱 등을 돌리곤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 경동대교를 달리는 차 안. 허태윤은 나른하게 등받이에 기대 등을 돌리고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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