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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7장

말을 마친 강준영은 다시 홀연히 자리를 떴다. 유인영은 그제야 발을 탕 굴렀다. 강준영이 좋은 뜻으로 귀띔해 준 건데, 저 까칠한 모습에 진작 익숙해졌으면서 왜 오늘따라 참질 못했던 거지? 둘의 사이는 꽤나 우호적이었다, 다만 방금 전 대화로 일말의 환상마저 파사삭 무너졌겠지. 유인영이 제 머리를 힘껏 두드렸다. “휴, 방금은 왜 그렇게 말했지? 좋게 말해준 거잖아, 그 일도 다 유가영 문제지 강준영이랑 무슨 상관이야? 관심 없는 사람 거절한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이어진 리허설에서 유인영은 더는 잡생각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덕분에 연습 역시 순조롭게 끝이 났다. 일정을 마치고 타이밍을 노리던 인영이 곧바로 다가가 준영을 붙잡았다. 그는 유인영에게 붙잡힌 손목을 내려다보더니 눈썹을 치켜들었다. “방금은 고상하게만 굴더니? 뭐 하는 거야 지금?” 유인영이 멋쩍게 웃었다. “미안해, 사과하고 싶어서. 불편하면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얘기할까?” 둘 다 반에선 유명 인사들인지라 대놓고 무대 위에 멈춰선 지금, 벌써 적잖은 친구들이 눈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강준영 역시 괜한 이목을 끌긴 싫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할 얘기가 뭔데?” 강준영이 책상에 비스듬히 기댔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유인영은 고민을 거듭하다 그를 향해 허리를 굽석 숙였다. “미안해, 오전엔 내가 속사정이 좀 있었어. 좋은 뜻으로 말해주려던 거 알아, 그건 정말 고마워! 다시는 리허설할 때 정신 팔지 않을게, 다들 원만하게 연습 마칠 수 있길 바래.” 강준영에겐 그런 여자의 유연한 태도가 조금은 의외였다, 그로 인해 이미지 역시 한결 더 좋아진다. 여리고 평범한 여자아이일 줄 알았더니, 유인영은 들리는 소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사과는 됐어, 나도 그냥 남들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할 뿐이야.” 여전히 건조한 말투였지만 유인영은 그 속에서 미세하게 느슨해진 말투를 느낀다. “그럼 내 사과 받아준 거다? 고마워.” 다시 고개를 든 유인영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오랜만에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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