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8장
탁지훈이 얼굴을 스윽 들이밀며 말했다.
“상대 가문 심기 건드리는 않는 상황에서 이 소개팅 끝나게 만들어줘요 좀.”
그러자 고연화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에 안 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끝내는게 서로 오해도 생기지 않고 깔끔하죠! 마음도 없으면서 왜 여기 데려와서 명품백까지 사줘요? 그러니까 더 오해하지!”
탁지훈이 방법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말해도 소용 없는걸 어떡해요. 마음 없는건 차차 생기게 만들면 된다는데.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이젠 뭘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집 데려다 주려니까 그건 싫다면서 여기 백화점으로 끌고 온거라고요! 연화 씨는 이런 임기응변 능력 뛰어니까 나 한번만 도와줘요 네?”
고연화가 커피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키며 진심으로 고뇌를 앓고있는 탁지훈을 바라봤다. 하긴, 저런 얼굴에 배경까지 우울하니 이성들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겠지.
이런 이들에게 결혼 상대는 반드시 조건이 비슷한, 그러니까 명문가 출신이어야만 한다. 마음에 들던 말던 그건 별개의 일이고 중요한건 두 가문 사이의 문제라는거다.
그러니 대놓고 싫다면서 뿌리칠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고연화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오케이, 해보죠 뭐!”
그제야 탁지훈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정말 고맙고요!”
소개팅 상대 역시 탁지훈을 예쁘장한 여자와 단 둘이 두는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여자는 신상백을 들고 다가왔고 그 뒤를 두 명의 여직원들이 따르고 있었다.
“지훈 씨, 이거 어때요?”
탁지훈이 스윽 고개를 들고는 습관성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괜찮네. 예쁘다.”
칭찬은 맞지만 영혼 없는 소리라는걸 여자가 모를리가 없다.
여자의 온 신경은 어느새 고스란히 곁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고연화에게로 건너갔다.
“지훈 씨, 무슨 얘기 했어요? 이 아가씨는 누군데요? 방금 소개도 안 해주고!”
도리대로라면 처음 마주쳤을때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게 맞았지만 왠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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