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9장
예전 같았으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며 집안에 민폐를 끼친 고연화를 나무랐을텐데......
지금은 왠지 고연화의 이어지는 나날들이 걱정이 됐다......
......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고연화는 겉옷만 휙 벗어둔채 침대에 풀썩 엎어져선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
뒤따라 들어온 허태윤도 옷을 소파에 걸쳐두곤 넥타이를 풀며 한 마디 툭 내뱉었다.
“방금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지금은 할아버지 말씀이 다가 아니니까.”
그 말에 고연화가 반쯤 뜬 눈으로 나른하게 허태윤을 쳐다봤다.
“다가 아니라고요? 아저씨도 애초에 할아버지 말씀 때문에 급하게 결혼한 거면서.”
“그땐 특수 상황이었지. 할아버지 병세가 악화 돼서 수술이 급하신데 내가 결혼 안 하면 수술대 안 오르신다고 해서.”
그러자 고연화가 입을 삐죽거리며 남자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이번에도 그렇게 위협하시면요? 저 사고뭉치 쫓아내라고 하면 또 그렇게 하겠네 뭐!”
허태윤이 작고도 하얀 발목을 확 끌어당겨 고연화의 위에 눌러앉더니 말했다.
“그 사고뭉치가 지금은 내 생명줄인데? 할아버지가 이 손자마저 평생 안 보시려고 하시는게 아니라면 누구도 너 못 쫓아내 여기서.”
생명줄이라......
그 말에 고연화가 흠칫 놀라더니 또다시 놀리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봐 이봐, 남자들 입 하나는 살아있다니까!”
허태윤이 고연화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여자들도 똑같던데? 방금 아래서 제 발로 나갈거다 그런 말은 왜 해?”
고연화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아저씨, 내가 이번 일 처리 못할거라고 생각하는거예요?”
허태윤이 고연화를 스윽 내려다보며 어린 아이 훈육하듯 말했다.
“그건 아닌데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하면 나 버릴거야? 그런 말을 어떻게 그리 쉽게 내뱉어?”
고연화가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음......만약에 그렇게 되면 아저씨 데리고 나가면 되죠! 나랑 같이 갈거예요?”
무뚝뚝하던 허태윤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같이 가면 네가 나 먹여 살릴래?”
고연화가 한 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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