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사랑의 크기
아무도 몰랐다.
박준혁은 발밑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그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해져 있었다.
이 일로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유채은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다.
결국 그는 체념한 듯 공식 입장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유채은과의 관계를 부인하기는커녕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
[최근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저와 유채은 씨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과거 연인 관계였던 적이 있으나 이미 정리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신해정 씨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약혼 기간 중, 제 마음속에 여전히 채은 씨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충분히 고민한 끝에, 저는 제 선택에 책임지고 신해정 씨에게 약혼 해지를 요청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신해정 씨와의 약혼을 공식적으로 해소한 이후에야 다시 채은 씨와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이른바 ‘상간’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이 일의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으며, 개인적인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두 분께 큰 상처와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신해정 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길고 장황한 글 속에서, 그는 불리한 부분은 슬쩍 비켜 가며 자신을 사랑 앞에서 돌아선 비련의 남자로 포장했다. 그리고 유채은은 상처받았다가 다시 품에 안긴 순백의 첫사랑이 되었다.
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여론의 흐름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조롱과 비난은 사라지고, 이른바 ‘비운의 연인’에 대한 연민이 쏟아졌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역시 박준혁 교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울컥한다... 이게 진짜 사랑이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 최고다. 두 분 행복하세요!]
박준혁은 댓글들을 훑어보며 그제야 조여 있던 숨을 조금 풀었다.
일도 지켰고, 명성도 지켰으며, 뜻밖에 동정까지 얻었다.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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