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최후의 승자
5시간이 지나서야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박준혁은 마스크를 벗었다. 피로가 묻은 얼굴 위로 마침내 안도한 듯한 미소가 스쳤다.
그는 기증자 가족 앞으로 걸어갔다.
소박해 보이는 중년 부부였다. 두 사람은 초조한 듯 손을 비비고 있었다.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부부의 가슴에 매달려 있던 불안이 그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흥분한 나머지 말이 엉켰고 눈가가 붉어졌다.
박준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골수를 한 번 기증하면 몸에 부담이 큽니다. 이후에는 꼭 잘 쉬셔야 해요. 서울에 숙소랑 간병인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편하게 머무르세요.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할게요. 막내아들 학교도 이미 연락해 두었어요. 다음 주면 바로 등교할 수 있을 겁니다.”
부부는 말을 듣자마자 감격에 겨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박 교수님, 저희 집에 정말 큰 은인이세요!”
박준혁은 부드럽게 웃었다.
눈매는 아주 단정했다.
“괜찮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해가 기울 무렵, 유채은이 마취에서 서서히 깨어났을 때, 눈을 뜨자마자 침대 옆에 앉아 있는 박준혁이 보였다.
남자의 단정한 얼굴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웠다.
박준혁은 자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부터 병실로 돌아올 때까지 그는 계속 곁에 있었다.
“어때?”
그는 몸을 낮추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유채은은 몸속에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생기를 느꼈다.
그녀는 안심한 미소를 지었지만 목소리는 아직 조금 잠겨 있었다.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등에 뺨을 살짝 기댔다.
“준혁 씨, 나 퇴원하면 제대로 된 일 하나 해보고 싶어. 대학교 때 패션 디자인 전공했잖아. 다시 해보고 싶어.”
패션 디자인.
그 네 글자에 박준혁의 생각이 잠시 멈췄다.
그는 회사 산하에서 최근 투자한 고급 디자인 스튜디오가 떠올랐다.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박씨 가문의 둘째로서 일정 지분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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