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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무슨 일 있어?

박준혁은 신해정의 책상 위에 펼쳐진 선이 매끄럽게 흐르는 디자인 도면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기억 속에서 늘 자기 주변만 맴돌던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때 박준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 “채은이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니까, 여기 스튜디오에 잠시 남아서 한 대표님한테 배우게 하면 어떨까요?” 한민정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희로서는 영광이에요.” 최대 투자자가 직접 말했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유채은의 눈에 순간적인 득의양양한 기운이 스쳤다. 그녀는 신해정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해정 언니, 앞으로 같은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네요. 잘 부탁드릴게요.” 신해정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렸다. “과찬이에요.” 박준혁은 할 말을 마치고 돌아서기 전, 신해정을 깊게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유채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나중에 데리러 올게.” “응.” 유채은은 환하게 웃으며 발뒤꿈치를 들고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장면은 사무실 안 모든 사람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박준혁이 떠나자, 사무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들썩이기 시작했다. 몇몇 직원들이 곧장 유채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유채은 씨,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보기만 해도 부러워요!” “맞아요, 맞아. 앞으로 저희 사모님 되실 분이잖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유채은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얌전한 미소를 유지하며 그 시선을 즐겼다. 에이미는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슬쩍 신해정 쪽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너무 티 나지 않아요? 다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에이미의 눈빛에는 유채은을 향한 부러움이 엿보였다. 신해정은 그저 웃기만 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있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유채은의 시선은 계속 신해정에게 꽂혀 있었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서려 있었다. 왜 항상 신해정은 자기가 그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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