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내가 대신 제출했어
배정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젯밤?’
신해정은 어젯밤에 돌아온 후로 줄곧 배정빈과 함께 있었고 그 뒤로는 일찍 잤으니 기획안을 제출할 시간이 없었다.
배정빈은 조금 의심이 들었지만, 끼어들지는 않았다.
“전에 디자인 대회 때, 해정 씨의 활약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전 그분한테 큰 기대를 품었습니다.”
린다의 말투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 기획안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입니다.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예전 작품들과 너무 달라요.”
린다는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듯이 말을 잠깐 멈췄다.
“기획안을 메일로 보내드렸으니까, 한번 보시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배정빈은 전화를 끊었고 얼굴의 미소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마우스를 클릭해 메일함을 열었다.
설계도가 화면에 나타나자 배정빈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설계도는 대량의 복잡하고 화려한 레이스 요소들을 잔뜩 밀어 넣은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고급스러움”을 위해 실용성과 편안함을 모두 희생시켰다.
이건 직원 유니폼이 아니라, 싸구려 예복처럼 싼 티가 나고 너무 과했다.
‘이건 해정 씨의 디자인이 아니야. 해정 씨의 디자인은 언제나 미와 실용성이 공존했고 심플함 속에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었어. 절대 이런 화려하기만 한 옷을 만들 리가 없어.’
배정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젯밤에 기획안을 제출한 건 다른 사람이야. 누군가가 해정 씨의 프로젝트를 가로챈 거야. 그렇다면 알아봐야지. 대체 누구 짓인지!’
배정빈은 린다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해정은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어젯밤에 배정빈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나니 그녀의 마음도 후련했다.
탕비실을 지나칠 때, 휴대폰으로 뉴스를 잠깐 훑어보았다.
[지속적인 폭우 영향을 받아 가평으로 통하는 길에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도로는 완전히 차단되어 복구 기간은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해정은 휴대폰 화면을 끄고 눈빛은 아주 차분했다.
‘오늘 에발 디자인 기획안을 끝내야 해.’
물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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