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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이설은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씻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방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챙겨 갈 짐은 이미 다 싸 두었고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신재영이 예전에 선물한 것들이었다.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던 물건들이었지만 지금 보니 쓰레기통이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들의 관계처럼 말끔히 쓸어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결혼 1주년에 받은 비취 장식, 작년 밸런타인데이의 맞춤 팔찌, 불과 몇 달 전의 고가 목걸이까지... 전부 하나같이 공들여 고른 것이었지만 전부가 허울뿐인 마음이었다. 그저 ‘신씨 가문 안주인’에게 건네는, 두 가문의 협력이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선물일 뿐 강이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준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그녀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 강이설이 잠금을 풀어 뉴스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새하얘졌다. 침대 위에 누운 그녀는 멍한 표정이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사진 유출자는 신재영의 얼굴만 교묘히 가린 채 그녀의 다양한 자세와 표정만 드러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오직 신재영만이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기사 문구는 그녀가 호스트와 사적으로 만났다고 몰아붙이며 문란하다고 비난했고 댓글창은 욕설로 가득 찼다. [겉으로는 도도한 신씨 가문 사모님이더니 뒤에선 저렇게 문란했네!] [아니, 그런데... 강이설이 진짜 신씨 가문 안주인이 맞긴 해? 신재영 대표가 강지연이랑 산부인과 여러 번 갔다는 말 들었는데?] [아이도 못 낳고 이런 사진까지 터졌으니, 신씨 가문 안주인 자리도 곧 바뀌겠네...] 강이설은 손이 떨려 핸드폰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그날 밤 강지연이 보였던 원망과 질투로 가득한 눈빛이 떠오르며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녀가 신재영과 강지연에게 따지기도 전에 신재영의 전화가 먼저 걸려왔다. “이건 지연이가 잘못했어.” 신재영의 말투에는 약간의 난처함이 섞여 있었다. “질투가 나서 그랬을 뿐이야. 악의는 없었어. 지연이 탓하지 마.” 강이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온 세상과 업계 전체가 그녀를 조롱하는 이 상황에서 그는 피해자인 그녀에게 가해자를 탓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가. “말도 안 돼요.” 강이설은 차갑게 픽 웃었다. “이건 사생활 유출에 초상권 침해예요. 전 절대 강지연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전화기 너머에서 신재영의 목소리도 차가워졌다. “그렇게 독하고 이기적으로 굴지 마. 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이잖아.” 신재영의 노골적인 감싸기는 수천 개의 화살이 되어 그녀를 꿰뚫었다. 전화를 끊자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심장이 다시 쥐어짜지 듯 아파졌다. 그에게 강지연은 그녀의 동생이자 그의 사랑이었기에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고 보호받아야 했다. 그렇다면 강이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급하게 울리는 또 다른 전화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강이설이 전화를 받자 오랜만에 연락한 아버지 강혁재의 고함이 들려왔다. “네가 네 처지를 알기나 해?! 염치도 없냐! 호스트랑 그 꼴이 되도록 어울려서 두 집안 체면을 다 망쳐 놨어! 당장 집으로 돌아와! 네 정신머리 내가 전부 다 고쳐놓을 거니까!” 강이설은 비웃음을 흘렸다.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고 드물게 연락할 때도 늘 강지연의 부추김으로 그녀를 혼냈다. 수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욕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이설이 그 호스트가 바로 그가 떠받드는 사위라고 말하려는 순간 TV 뉴스 화면에 마침 신재영의 얼굴이 비쳤다. “신재영 대표님, 아내 분의 호스트 밀회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당 보도가 대표님 곁에 있던 강지연 씨로부터 유출됐다는 제보가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마이크가 무표정한 신재영의 입가로 다가갔고 그의 옆에 선 강지연은 불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이설은 원래 노는 걸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이 일은 지연이와 무관합니다.” 그 한마디는 단호하게 강이설을 치욕의 기둥에 못 박았다. 강이설은 화면 속에서 신재영이 강지연을 감싸며 차에 태우는 모습을 보며 숨이 멎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신재영은 강지연을 위해서라면 정말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었다. 쾅! 문이 발로 차여 열렸고 강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강이설을 붙잡아 강제로 차에 태웠다. 강이설은 강씨 가문 저택의 마당에 끌려가 무릎을 꿇었고 아버지는 긴 채찍을 들어 그녀에게 세차게 내리쳤다. 퍽! 극심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퍼졌다. 한 번, 두 번... 채찍은 바람을 가르며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내리쳤다. 갈라진 상처 사이로 피가 바닥에 떨어져 작은 붉은 웅덩이를 이루었다. 강이설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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