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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어, 안 죽었네.” 윤초원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천천히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점쟁이 말이 맞았나 보네. 내 목숨도 참 질겨.” 윤초원은 오늘 출장을 가기로 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탔는데 이륙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기체에 문제가 생기더니 통제 불능 상태로 추락하고 말았다. 강렬한 무중력 감각에 윤초원은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땐 이곳에 있었다.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려던 윤초원은 몸 아래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닿는 것을 느꼈다. 막 깨어난 탓에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어떤 동물의 꼬리 같았다. 윤초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망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멸종 위기 동물을 깔아뭉갠 건가? 나 감옥 가는 거 아냐?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법률 유튜버 장성호 영상을 더 많이 볼 걸.’ “어서 도망가. 내가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어.” 어디선가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초원은 뒤를 돌아보니 머리에 동물 귀 머리띠를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몸에는 상처도 나 있었다. 윤초원은 기억났다. 비행기에서 기절했지만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여전히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던 자신을 떠올렸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지상에 가까워질 무렵 숲속을 달리는 어떤 형체를 흐릿하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기절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남자 위에 떨어진 건가? 이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나 55kg이나 되는데 이 남자가 죽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네. 이 남자의 목숨도 꽤 질긴 모양이야. 그럼 내가 깔아뭉갠 건 보호 동물이 아니라 동물 귀 머리띠와 꼬리를 하고 숲속을 달리던 이 남자네.’ “저기...” 윤초원은 일단 사과를 한 다음 병원에 데려가 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서 가!” 윤초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갑자기 일어나 그녀를 살짝 밀어낸 뒤 포효하며 다른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늑대다! 엄청나게 거대한 늑대야!’ 윤초원이 TV에서 본 늑대보다 몇 배는 더 컸다. 윤초원의 동공이 흔들렸다. 뇌가 순간적으로 백지상태가 되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갑자기 사람이 늑대로 변하다니? 그 동물 귀와 꼬리가 진짜였던 거야?’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대한 공포감에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늑대가 되다니!’ “여성체...” 늑대가 고개를 들고 포효하며 윤초원을 응시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그 포효에 윤초원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정신이 돌아왔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생물의 본능인지 윤초원은 아드레날린이 급증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않으면 죽어!’ 늑대는 윤초원이 도망가는 것을 보자마자 포효하며 쫓아왔다. 주변의 나무들도 마구 들이받았다. 다행히 윤초원의 체구가 작아 늑대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그녀를 잡지는 못했다. [띠링! 본 시스템과 높은 친밀도를 가진 주인님을 발견했습니다.] [친애하는 주인님, 본 시스템과 결합하시겠습니까? 임무를 완수하면 풍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합해!” 윤초원은 재빨리 피하며 바로 대답했다. ‘무슨 시스템이든 일단 결합하는 게 먼저야.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까! 이 시스템에 목숨을 걸어야 해!’ “소설 속 시스템들은 그냥 바로 결합하던데 너는 참 예의 바르네!” 윤초원은 도망치면서도 농담을 던질 여유가 있었다. [주인님의 동의를 얻어 결합을 진행합니다.] [결합 중입니다. 결합 완료!] [안녕하세요, 주인님. 저는 정화 시스템 0612호입니다. 소정이라고 불러주세요. 주인님을 위해 신규 선물 패키지를 지급할 예정이니 확인해 주세요.] 윤초원은 헐떡이며 계속 달렸다. 뒤늦게 쫓아오는 늑대는 이미 여러 그루의 나무를 들이받으며 쓰러뜨렸다. 윤초원이 재빨리 피하지 않았더라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죽을 뻔했다. 윤초원의 눈앞에 반투명한 화면이 떴고 리본이 달린 선물 상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윤초원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상자를 눌렀다. [주인님, 정화의 심장(레벨1), 정화의 활(레벨1), 정화 포션 1개, 쌍검 1개, 기력 레벨(F급)을 획득하셨습니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정화의 심장'이라는 하얀 구슬과 ‘기력 레벨'이라는 푸른 구슬이 두 줄기의 빛으로 변해 윤초원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윤초원은 가슴이 뜨겁다가 차가워지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열기와 냉기가 심장 주위를 맴돌더니 갑자기 심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고통에 윤초원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지만 오히려 그 타이밍에 늑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주인님, 정화 능력을 사용해 보세요.] “어떻게 쓰는 거야?” 윤초원은 반쯤 몸을 돌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늑대를 바라보며 시스템에게 물었다. [주인님, 늑대인간의 몸 어느 부분이든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됩니다. 정화의 심장이 완전히 주인님과 융합되었으니 기본적인 정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늑대는 윤초원이 멈춘 것을 보고 앞발로 내리쳤다. 윤초원은 시스템의 말대로 손을 내밀어 늑대의 앞발과 맞닿았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했다. 늑대의 발과 윤초원의 손이 맞닿은 채로 굳어버렸다. 윤초원은 검은 기운이 자신의 팔을 타고 올라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뜨거운 느낌이 밀려오며 윤초원의 손이 떨렸다. 검은 기운이 계속 늑대에게서 빠져나오자 늑대는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귀와 꼬리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이 귀와 꼬리는 진짜였구나!’ “여성체?” 늑대인간은 자신과 손을 맞잡은 윤초원의 하얀 손가락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마지막 검은 기운이 사라지자 윤초원은 손을 놓고 늑대인간을 자세히 관찰했다. 방금 깨어났을 때는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늑대인간에게 밀려났고 또 이 미쳐 날뛰는 늑대인간에게 쫓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늑대인간은 키가 190cm 정도로 혼혈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인간의 일반적인 귀 외에도 머리 위에 동물 귀가 있었는데 개의 귀와 비슷해 보였다. ‘늑대인간이니까 늑대 귀겠지.’ 윤초원이 계속 자신을 바라보자 늑대인간의 꼬리가 초조하게 흔들렸다. 긴장한 모양이다. “혹시 당신이 날 진정시켜 준 거야? 다친 데는 없어?” 늑대인간의 눈빛이 동요하며 윤초원의 몸을 살폈다. 그는 상처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윤초원이 다쳤다면 그는 엄중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연맹이든 여성체를 다치게 한 남성체는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되어있다. 여성체는 소중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 “응, 난 괜찮아. 너는 갑자기 왜 그렇게 됐어?” 윤초원은 상황 파악을 위해 물어보았지만 눈은 계속 흔들리는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음, 저 꼬리 한번 만져보고 싶다.’ 이 늑대인간이 늑대로 변하는 것을 본 윤초원은 지금 이곳이 자신이 살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 몸은 내 것이니까 아마 영혼이 다른 몸에 빙의한 게 아니라 몸째로 넘어온 건가 보네.’ “곤충족 남성체에게 당해 독에 중독되었어.” 늑대인간은 진지하게 대답하며 꼬리 흔드는 속도를 늦추었다. “어쨌든 이 숲에서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 ‘곤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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