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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공호열은 더 이상 말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강미정을 무시했다. 잠시 후 정민욱이 강미정을 병원 밖으로 내보냈다. 그때 박지석이 조용히 다가왔다. “저분은 정우현 씨 어머니야?” “응.” 공호열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권예진을 바라봤다. 권예진의 얼굴은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채 점점 더 부어오르고 있었다. 공호열은 곧장 지시했다. “여자 의사 불러 와, 얘 얼굴 좀 확인하게.” 다행히 성형한 얼굴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얼굴이 망가졌을지도 몰랐다. 방금 그 따귀는 정말 있는 힘껏 내려친 거였다. “전 괜찮아요.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권예진이 서둘러 말했다. “그분은 우현이 어머니잖아요. 한 대 맞은 거야... 이해할 수 있어요. 차라리 그걸로 마음이 좀 풀릴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 너무 걱정한 나머지 그러신 거니까요.” “허.” 공호열은 헛웃음을 쳤다.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자기 자식 걱정된다고, 내 여자를 때려도 되다는 거야?” 그 말에 권예진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그런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언제나처럼 ‘공호열의 아내’라는 위치 때문인지 순간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때 병원 바깥에서 강미정의 고성이 들려왔다. “이게 병원이야 뭐야? 내 아들 죽여놓고 사고라고? 가해자는 죽었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이딴 병원이 사람 목숨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거야!” 강미정은 병원 정문 앞에서 거칠게 욕설을 쏟아내고 있었다.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박지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둘 순 없겠는데.” 공호열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 병원이 마음에 안 든다잖아. 그럼 가서 퇴원 절차 밟으라고 해. 병원 바꿔주지 뭐.” “안 돼요.” 권예진이 반사적으로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이동 자체가 무리예요. 절대 전원하면 안 돼요.” 공호열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전원은 안 시켜. 대신 그 여자가 간병하게 하고, 넌 나랑 집에 가.” “안 돼요.” 권예진은 단호하게 잘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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