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형님이라 불린 남자, 바로 방금 시비를 걸었던 박용배가 밥그릇을 들어 가해 운전자의 머리 위에 그대로 엎었다.
“형님이니까 이 정도는 봐주는 거야. 자, 잘 먹어. 하하하.”
“하하하하...”
주변에서도 따라 웃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가해 운전자는 이틀째 굶은 상태였다. 배가 고파서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는 몸에 붙은 밥풀을 주워 입에 넣었다. 옆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박용배는 자기 밥까지 내밀었다.
가해 운전자가 눈을 들어 박용배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러자 박용배가 비웃으며 말했다.
“이게 돼지 먹이랑 뭐가 다르냐? 그래도 네 꼴 보니까 배가 많이 고픈가 보네. 특별히 주는 거니까 잘 받아먹어.”
가해 운전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용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 보기보다 뻣뻣하네? 근데 말이야, 사람은 밥심이야. 네 목숨으로 장난칠 거야? 진짜 안 먹을래?”
그 말과 함께 박용배는 밥을 변기에 부으려고 했다. 그러자 가해 운전자가 번개같이 손을 뻗어 밥그릇을 낚아채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한성병원.
권예진은 정우현 곁에서 반나절 넘게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그녀는 정민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비서님, 혹시 조사에 진전이 있었나요?”
정민욱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현재까지는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새로운 단서가 확보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권예진은 기대했던 만큼의 답이 돌아오지 않아 살짝 낙담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번거롭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정민욱은 예전보다 훨씬 더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권예진 씨, 혹시 다른 지시 사항 있으신가요?”
“아뇨, 지금은 없어요.”
“네, 그럼 저는 이만 업무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 비서님.”
전화를 끊은 권예진은 뜨거운 물을 따라 식힌 뒤 면봉에 묻혀 정우현의 말라붙은 입술을 닦아주었다.
그다음엔 정우현에게 침을 두 방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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