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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이 가지자

그리고 소파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는 곽도현의 모습을 본 순간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오지 마요!” 심가희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우리 곧 결혼할 사이인데 건드리지 못할 이유라도 있어?” 곽도현의 눈에 핏발이 가득했다. 이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를 덮쳤다. 심가희는 온 힘을 다해 밀어냈다. “억지로 한다고 해서 정당화되는 건 아니거든요?” 예전이었다면 그가 원할 때마다 기꺼이 모든 걸 내어줬을 것이다. 그만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손끝 하나조차 닿는 게 싫었다. “억지라.” 곽도현은 피식 웃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 “한 번도 내가 널 갖길 바란 적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 그는 심가희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어줄 만큼 사랑하겠지. 노골적인 조롱은 그녀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더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남녀 간의 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곽도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다른 한 손은 셔츠 안에 밀어 넣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피부에 닿았고, 눈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못 믿겠으면 애라도 가지자. 할아버지도 기뻐하실 거고 너도 이제 안심되겠지.” 말을 마친 다음 키스하려고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바지 버클을 천천히 풀었다. 심가희는 아연실색하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고 아슬아슬하게 입술을 피했다. “당신! 최유진이 상처받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곽도현의 손이 우뚝 멈췄다. 역시 최유진을 언급하니 바로 통했다. 이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상처받든 말든 오늘 밤이랑 별개야.” “인정한다는 거네요.”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끝내 부정하지 않는 그를 보자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 말을 마치고 그녀의 턱을 쥔 채 다시 손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입술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순간 심가희는 절망에 빠져 눈을 질끈 감았다. 웅, 웅. 이때,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의 진동음이 울렸다. 심가희의 입술을 맛보기 직전 방해받아 못마땅했으나 거실 안에서 유독 크게 들렸다. 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으러 갔다. 심가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멀찍이 떨어졌다. “대표님, 유진 씨가 몸이 안 좋다고 약 사다 달라고 했는데 돌아오니까 차에 없네요.”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울려 퍼졌다. 곽도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평소와 달리 짜증을 드러냈다. “어떻게 사람 하나 제대로 못 지켜? 한 달 치 월급 삭감이야. 위치 보내, 지금 갈 테니까.”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떨어져 있는 심가희를 바라보았다. “유치하게 굴지 마. 명심해, 너 말고 아무도 내 옆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는 거.” 심가희는 시선을 돌린 채 묵묵부답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더니 몸이 축 처졌다. 그나마 옆에 있는 와인장을 짚은 덕분에 간신히 서 있었다. 곽도현이 억지로 관계를 시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동안 늘 다정하게 챙겨주며 심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아무리 작은 상처일지언정 안절부절못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도, 걱정도 모두 최유진에게로 향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자신을 붙잡아 두려는 거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빼앗긴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면서 상처 주려는 속셈인가?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고 심가희는 손을 들어 대충 닦았다. 이내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챙겼다. 곽도현이 사 준 선물을 제외하면 그녀의 물건은 기껏해야 캐리어 하나뿐이었다. 이 집에서 더는 머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안주인이 누가 되든 그녀와 무관한 일이다. ... 가는 길에 곽도현은 경호원의 연락을 받았다. “가희 씨가 캐리어를 챙기고 별장을 떠났어요.” 심가희를 감시하기 위해 남긴 경호원이었다. 곽도현이 버럭했다. “사내새끼가 어떻게 여자 하나 못 지키냐?” “가희 씨가 과도를 목에 대고 위협해서 막을 수가 없었어요.” 차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내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라가. 만약 이번에도 놓치면 너도 잘릴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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