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내가 부탁할게
강태훈은 그 말이 귀에 거슬린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하윤슬 씨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허수정이 느닷없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일과는 상관없어.”
“어떻게 상관이 없어? 상관있지! 감정도 없으면서 돈을 위해 계약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인생까지 팔 수 있는데, 못 팔 게 뭐가 있겠어?”
“허수정!”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강태훈이 이런 차가운 어조로 허수정의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순식간에 차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두 사람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수정은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런 시기에 강태훈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일단 운전해 여기서 나가자. 아주머니가 분명 뒤에서 보고 계실 거야. 우리가 싸운다는 걸 들켜서는 안 돼.”
허수정은 자존심을 굽히면서 애원에 가까운 말투로 얘기했다.
강태훈이 백미러로 시선을 돌렸다.
이정애가 별장 현관 쪽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훈아,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만이라도 중립 태도를 지켜주면 안 돼? 이렇게 성급하게 나한테 누명을 씌우진 말아 줘. 내가 부탁할게.”
늘 자존심 센 허수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허수정의 요구는 합리적이었다.
지금 하윤슬에게 허수정을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증거는 하나도 없으니까.
강태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액셀을 밟아 별장을 빠져나올 뿐이었다.
...
하윤슬은 지금껏 모은 단서들을 챙겨 강주하와 함께 성산 그룹으로 향했다.
진성호 과장은 하윤슬을 보자마자 씩씩대며 다가왔다.
“증거 찾았어?”
“허수정 변호사가 보낸 메시지 기록을 복원했어요. 보세요.”
하윤슬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 남은 건 메일 주소 한 줄뿐이었고, 게다가 허수정의 번호는 지금 없는 번호라고 뜨고 있었다.
“이딴 걸로 허수정 변호사가 널 모함했다는 게 증명된다고?”
진성호가 눈살을 찌푸리고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
하영 프로젝트 때문에 대표님이 직접 나서서 추궁하는 판이라, 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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