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아내와는 어쩌고
‘대체품이라니?’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단어 하나에 담긴 의미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그리고 그 대체품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도 하윤슬은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지금 강태훈은 자신의 ‘첫사랑’인 허수정에게 자신과의 혼인신고를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윤슬은 문득,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광대라도 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남들 눈엔 천생연분처럼 보일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으니까.
그동안 줄곧 의문이었다. 왜 그가 하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선택했는지. 하지만 이제야 그 퍼즐이 완전히 맞춰졌다.
‘그래서였구나...’
그가 자신을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 말했을 때 느껴졌던 낯선 위화감도 이제야 납득이 되었다. 만약 자매가 아니고서야, 첫사랑과 그렇게도 닮은 얼굴을 지닌 사람을 세상에서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테니까. 결국 자신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허수정의 대체품’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 우연한 일치에 대해 혐오를 느껴야 할지, 아니면 어머니의 수술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감사해야 할지조차 그녀는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었다.
반면 허수정은 하윤슬의 복잡하게 뒤엉킨 표정을 단번에 읽어냈다. 그리고 그 표정만으로도 그녀가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으며 동시에 어떤 거대한 오해 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허수정은 그 오해가 싫지 않았고 오히려 제법 마음에 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허수정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한층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자리를 권했고 이내 휴게실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안쪽을 향해 다정하고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내가 돌아왔잖아. 나 당분간은 안 떠날 거야. 앞으로 잘 지내봐.”
“내가 바라던 바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윤슬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을 뒤덮었고 견딜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인 채 한 발, 또 한 발 뒤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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