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화 이 아이 낳을 거야

허수정은 하던 말을 멈추고 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고는 무력한 말투로 말했다. “난 혼외자라서 이렇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강씨 가문의 문턱에도 못 들어섰어요. 그동안의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절대 윤슬 씨한테 태훈 씨를 뺏길 순 없어요. 만약 마음이 안 좋다면 아빠를 돌려줄게요.” 강태훈은 그녀의 모든 노력의 원동력이었다. 그만 있다면 생물학적 아버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수정 씨나 가져요. 난 아버지가 없어요.” 예전에도 필요가 없었고 앞으로도 필요할 일이 더더욱 없을 것이다. 하윤슬은 그 말을 남기고 병원을 떠났다. 그녀는 영원히 하태수와 화해하지 않을 것이고 허수정과 자매의 정을 나누는 일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만약 언젠가 진실이 밝혀져 허수정의 짓이라고 한다면 봐주지 않고 응징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탔다. 차에 올라탄 하윤슬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그녀와 강태훈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기억 속에서 스쳤다. 택시가 해솔재에 도착한 후 하윤슬은 바로 들어가지 않고 심호흡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강주하에게 전화했다. “결정했어. 나 이 아이 낳을 거야.” ... 강태훈은 결혼식을 미루지 않고 오히려 웨딩 플래너에게 서두르라고 여러 번이나 재촉했다. 왜냐하면 하윤슬이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다며 당장 이혼을 요구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강태훈의 카톡 메시지를 다시 받았을 때 하윤슬은 산전검사를 받으러 강주하와 함께 병원에 와 있었다. 아직 그녀 차례가 되지 않아 둘은 산부인과 진료실 문 앞의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혹시라도 누가 알아챌까 봐 두려웠던 하윤슬은 강주하의 신분증을 사용했다. [결혼식 내일 올리자.] 메시지를 본 순간 하윤슬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결혼식을 조금 더 늦게 올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모든 걸 빨리 끝내고 아이와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모순이 소용돌이친 바람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