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말수가 적은 운전기사
그 말투, 그 뉘앙스는 완전히 여자친구한테 신신당부하는 톤이었다.
하윤슬의 입꼬리가 살짝 굳었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라이언 씨.”
라이언이 업무를 핑계로 사적인 감정을 섞는다면 하윤슬도 수시로 두 사람 사이는 그저 공적인 관계임을 상기시켜 줘야 했다.
...
깊은 밤, 샤워를 마친 하윤슬은 딸과 영상통화를 잠깐 한 뒤 노트북을 켰다.
라이언이 새 프로젝트 자료를 전부 보내왔기에 간단히 훑어봤다.
이번 실사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협력 업체의 자격 증명서 쪽을 꼼꼼히 봐야 했다.
이런 농산물 2차 가공업체들은 보통 제품 인증이나 사업자 등록과 관련해서 담당 부서와 합작해 살짝 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너무 심한 수준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약 전 숨겨진 리스크는 다 파악해 둬야 나중에 일어날 식품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세부 자료를 열기 전, 하윤슬은 커피 한 잔을 시키려다 문득 생각이 나서 휴대폰을 들어 카톡 창 하나를 열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저 다음 주면 우준을 떠나서요. 혹시 그 전에 시간 되시면 영수증 원본을 받아 가실래요? 아니면 제가 어디에 맡겨둘 테니 직접 가지러 오셔도 돼요.]
예전에 운전기사를 친구 목록에서 지워버린 게 미안했기에 이번에는 기사님이 영수증을 써야 한다면 당연히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윤슬이 커피 배달 주문을 끝내자 운전기사의 답장이 왔다.
[어디로 가는데요?]
하윤슬은 순간 멈칫하다가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주춤하더니 답을 작성했다.
[강주요. 며칠 있다가 돌아올지는 모르겠어요.]
[그 말은 다시 우준으로 돌아올 거란 뜻이네요.]
[네. 여기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요. 근데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영수증이 급하신 거 아니죠?]
[급하지 않아요. 기다릴게요.]
이 말투와 글을 쓰는 스타일은 도저히 자기 차를 들이받았던 그 운전기사 이미지가 아니었다.
왠지 냉정하고 말수도 적지만 또 그만큼 빠르게 답장을 보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차가운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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