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강 대표와 허 변호사
다음 날 아침, 하윤슬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강태훈은 객실을 떠난 뒤였다.
스위트룸 거실 테이블 위엔 그가 미리 시켜둔 조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그의 익숙한 필체로 쓴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오늘 자선 행사 있어. 끝나고 연락할게.]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강태훈이 굳이 강주까지 내려온 데에는 분명 다른 일정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하윤슬은 간단히 세수를 마친 뒤 조식을 챙겨 먹고는 김 비서와 합류했다. 전날 손기범과 관련된 정보는 거의 다 파악해 둔 상태였기에 오늘은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물론 그쪽에서 밤새 작성한 재무 자료를 보내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투자 전에는 직접 실사를 진행하는 것만큼 확실한 검증은 없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이어진 현장 실사를 마친 그녀는 강태훈의 안목과 치밀함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굳이 날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소개했던 거구나.’
세진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공기는 분명 달랐다. 임직원은 물론 말단 직원들까지도 그녀 앞에선 하나같이 말을 조심스러워했고 짧은 대답 하나를 하기 위해서도 한참을 망설이며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김서원이 뒤에서 파고드는 실사 작업은 훨씬 더 수월하게 흘러갔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돼 있으니, 그 틈을 타 진짜 정보를 훨씬 더 정확히 캐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저녁 무렵, 두 사람은 현장에서 멀지 않은 소박한 백반집에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마자 하윤슬은 곧바로 실사 자료부터 꺼내 들었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김 비서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부터 눈 잘 안 마주치더라 했더니, 이거였구먼. 혹시 내가 화낼까 봐 그랬던 거예요?”
하윤슬은 머쓱한 듯 웃어 보였다.
“이번 프로젝트 투자 규모가 워낙 크잖아요. 본사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보는 것 같고... 김 비서님께서 이 건을 위해 얼마나 오래 준비하셨는지 저도 잘 아는데, 제가 갑자기 나타나 그 공을 빼앗아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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