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3화 살 필요 없어, 차에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 봐. 지금까지 나한테 이렇게 끈덕지게 매달린 거, 결국은 이것 때문이었지?”
강주하는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 경멸 섞인 코웃음을 쳤다. 주시완은 억울함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밀려드는 답답함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요약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하는군.”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강주하를 향해 흔들었다.
“난 먼저 너한테 내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잖아. 거절한 건 너야. 난 너랑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부적절한 건 알기는 아나 보네?”
강주하는 그를 흘겨보더니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단지 입구에 있는 편의점을 턱으로 가리켰다.
“가서 사 와.”
주시완의 사고 회로는 강주하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뭘?”
“콘돔 말이야. 설마 아이라도 만들 작정이야?”
“...”
주시완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모든 걸 자포자기한 채 두 사람 사이를 오직 거래의 산물로만 취급하는 그녀의 태도가 못내 서운했다.
그러나 강주하는 오로지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뿐이었다.
“뭐해? 안 가고.”
주시완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목소리를 낮추었다.
“살 필요 없어, 차에 있으니까.”
“허.”
강주하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를 밀쳐냈다.
“가자. 어디로 갈 건데?”
“지금 당장 하려고?”
“주 도련님, 이번엔 좀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네요. 부모님이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거든.”
말을 내뱉기 무섭게 강주하는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구질구질한 미련 따위는 한 점도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었다. 그 뒤를 따르는 주시완의 꼴은 마치 정조라도 요구하러 온 새색시처럼 처량해 보였다.
...
하윤슬은 병원 밖을 천천히 거닐었다. 이곳의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
병원 입지 자체가 근처의 울창한 숲을 끼고 있는 덕분인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잎사귀 특유의 싱그러운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벤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당장 병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강태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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