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4장 애초에 널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서이준은 휴대폰의 주소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왜요?”
“호진은이 방금 나한테 전화를 해서 박지환의 주소를 알려줬어. 그리고 그 주소가 지금 내 휴대폰으로 건너왔어.”
눈동자가 휘둥그레진 민서희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무슨 마음을 먹고 그러는 걸까요?”
“그래서 말인데 주소가 가짜일 수도 있어. 함정일 수도 있는 거야.”
서이준은 침묵에 잠겼다. 제발 진짜가 아니어야 하는데 안 그러면...
“그게 진짜든 말든, 함정이든 아니든 우리한테 다른 선택권이 없잖아요.”
민서희가 서둘러 물었다.”
“주소가 어디예요? 지금 그리로 향해요.”
가는 길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민서희는 빈영한테 주소 문 앞에서 사람들을 불러 기다리게 했다.
한 동네로 찍혀 있는 주소에 도착했고 빈영은 경호원들을 배치한 뒤 몇 명이 함께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안은 고요하더니 이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문이 안쪽에서 열리자 강한 술 냄새를 풍기는 큰 그림자가 민서희의 눈으로 들어왔다.
많이 취해 있어서 그런지 진정한 박지환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한사코 깨물었고 박지환도 민서희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두 눈이 민서희의 얼굴에 닿는 순간 의외의 감정이 솟구치다 이내 강렬한 진동과 기쁨이 뒤따랐다.
“서희야?”
이게 꿈인 줄 아는 그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더니 곧 꿈에서 깨어난 사람마냥 방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민서희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닫으려는 방문을 막고 손을 뻗어 박지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나쁜 놈! 천하의 나쁜 놈! 예전에는 그렇게 대단했으면서?”
“내가 원망해도 기꺼이 모든 걸 희생하면서 날 옆에 꽁꽁 묶어두려던 그 자신감은 어디로 간 거예요? 통제력을 갑작스레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후퇴하려는 거예요? 그럴 거면 왜 일찍 손을 놓지 않은 건데요?”
목젖을 굴리며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는 박지환은 비통한 눈빛으로 민서희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녀를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미안해.”
그러나 그는 마침내 이 한마디 말만 남기고 고개를 돌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네 앞에 얼씬거리지 말았어야 했어.”
절망스러운 말에 민서희도 눈이 휘둥그레져 있다 옷깃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강렬한 충동을 못 이긴 채 그의 입술을 맞추었다.
그녀의 습격에 온몸이 굳어버린 박지환은 부드러운 온기에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문 앞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약간 쑥스러워졌고 서이준은 사람들 속에 서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민서희는 손을 놓고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박지환 씨, 아무 일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다시 나한테로 돌아와요.”
오랫동안 정신이 나가 있던 박지환은 민서희를 바라보는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고 한참이 지나 입을 열었다.
“서희야... 내가 죄책감을 느낄까 봐 그래? 아니면 진동연이 뭐라고 해서 그러는 거야?”
지금껏 반강요로 그녀를 남겨뒀었던 박지환은 민서희가 주동적으로 입맞춤을 한 행동이 믿기지가 않았다.
“진동연 씨하고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지환 씨가 이대로 숨어있길 바라지 않아요.”
민서희는 굳건하게 입을 열었다.
“지환 씨가 아기 아빠잖아요.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