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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장 물 먹여줘

“무슨... 기분인데요?” ”애초에 너하고 함께 하려던 내가 헛된 꿈을 꿨다는 생각을 해. 박지환과 결혼했었던 여자를 내가 감히 탐냈었다니? 내가 가당키나 하겠어. 아마 서희 너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 “...” 민서희는 이마를 찌푸렸다. “오빠, 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요? 스스로 비하하지 말라면서요. 저는 똑똑히 기억하는데 직접 가르쳐 줬던 도리를 오빠는 까먹은 거예요?” “내가...” “호준 오빠. 나하고 지환 씨 사이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둘 사이에 남아있는 감정도 없고 내 인생에서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양호준은 그제야 깨달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그 사람이 정말로 너한테 잘해줬다면 네가 이렇게 변하진 않았겠지.”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은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다 지나간 과거예요. 아주머니한테는...” “내가 해명했어. 네가 박지환 씨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언론에서 멋대로 지껄이는 말들이라고 말이야.” “고마워요.” 조 씨 아주머니마저 과거를 알게 되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화를 마치자 죽은 이미 식어있었다. 민서희는 죽 덮개를 덮으며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과거를 숨기려고 했던 건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알아버린 상황에서 계속 숨길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임진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 민서희는 눈을 아래로 떨구었다. 다만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힘들었다. 테이블을 치우고 나니 그녀는 침대에서 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진 오빠?” 응답이 없었다. 민서희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입술에 닿았을 때 굳은 살갖치 손에 긁혀 따끔거렸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서랍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면봉을 찾아내 물을 한 잔 더 부어 물을 묻히려고 했다. 허나 면보이 젖히고 나서 몇 번이나 더듬으며 방향을 찾다 보니 물기가 다 그녀의 손에 묻었다. 유일하게 남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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