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그의 신부가 되기 위해
유성진은 호텔 복도에서 박재혁이 이나연을 놓아주겠다고 말하는 걸 직접 들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혹시라도 결혼식 당일에 무슨 변수가 생기진 않을까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나연과의 결혼식에 어떤 돌발 상황도 없게 완벽하게 준비하자고 결심했고 모든 걸 직접 챙기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점검했다. 이나연에게 줄 평생 단 한 번뿐인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위해서 말이다.
유성진이 다 해주고 있었기에 이나연은 역대급으로 여유로운 예비 신부가 되었고 요즘 그녀의 일상은 오로지 피아노를 치거나 점자를 익히는 게 전부였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이나연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발신자는 유성진의 어머니 김미란이었다. 그녀는 이나연에게 카페에서 따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예비 시어머니가 따로 얼굴을 보자고 한 걸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 이나연은 망설이지 않고 지팡이를 챙겨 택시를 탔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김미란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손에 흰 지팡이를 쥔 이나연의 모습이었다.
김미란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이나연 씨, 이쪽이에요.”
그 목소리를 듣고 이나연은 그녀가 유성진의 어머니란 걸 알 수 있었고 고개를 돌려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김미란은 이나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나연은 정말 아름다웠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마치 깊은 산속의 난처럼 고요하고 은은한 기품이 있었고 누구든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봤자 결국은 앞을 못 보는 여자에 불과했고 게다가 이미 결혼도 한 번 했고 아이도 낳았다. 그런 여자를 자기 아들이 신부로 맞는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연 씨 맞죠?”
이나연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김미란은 일부러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
그녀의 날카롭고 싸늘한 어투를 들은 이나연은 잠시 눈썹을 찌푸렸지만 상대가 유성진의 어머니라는 걸 떠올리고 정중히 대답했다.
“네, 제가 이나연입니다. 앞으론 편하게 나연이라고 불러주셔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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