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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성보람은 조용히 핸드폰을 꺼냈다. “저 여기서 나갈 수 있습니다. 이혼도요. 하지만 떠나기 전에 분명히 하고 가야겠네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떳떳하게 이 집을 나가고 싶어요. 지금 저 의심하고 계신 거 맞잖아요? 절도라면서요. 그럼 전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정확하게 조사받고 가죠.” “이게 무슨 소란이야!” 배정헌이 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 “집안 망신도 모자라서 경찰까지 불러? 남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고 싶어?” “맞아, 이런 일로 경찰 부르는 게 말이 돼?” 김미경 역시 단호하게 잘랐다. “집안 일은 집안에서 끝내야지. 우리 집 망신이라도 시키겠다는 거야?” 성보람은 씁쓸하게 웃었다. “망신이 두려워서 저한테 이런 도둑 누명을 씌우시겠다는 거군요. 죄송합니다.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돈도 체면도 아니라 제 명예입니다.”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배정헌이 다급히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성보람은 민첩하게 몸을 돌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전화를 끝냈다. “당장 그만둬! 네가 감히!” 배정헌의 분노는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그는 곧바로 아들 배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와! 성보람 그 계집이, 경찰까지 끌어들였어. 우리 집안을 완전히 망신거리로 만들 생각인가 봐.”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던 배선우는 순간 멍해졌다. ‘...무슨 일이야, 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성보람을 마치 보물처럼 떠받들더니, 오후엔 ‘그 계집’ 취급이라니. 배선우 같은 사람도 어이가 없었다. “무슨 일인데요?” “성보람이 네 형수 목걸이, 그 수억 원짜리 훔쳤다고. 형수랑 몸싸움까지 벌였어. 끝까지 인정 안 하더니 경찰까지 불러버렸다고. 당장 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목걸이? 싸움까지?’ 배선우는 무심하게 웃었다. ‘소심한 척하더니, 은근 대단하네.’ 하지만 지금 부모의 분노는 확실했고 이참에 성보람과 완전히 끝낼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는 바로 일을 멈추고 차를 돌렸다. 배씨 본가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찰차 두 대가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정말로 경찰까지 불렀나 보다. 집 안에 들어서자 성보람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경찰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네, 맞아요. 저 대단한 집안 출신 아니고요, 그냥 운 좋게 이 집에 시집왔을 뿐이에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가르쳤습니다. 남의 물건, 비록 바늘 한 쪽도 손대지 말라고요.” 그녀는 울먹이며 이어갔다. “제가 가난하다고 값비싼 물건 앞에서 손버릇부터 나간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이유로 아무런 증거 없이 도둑 취급 받는 게... 여러분이라면 받아들이시겠어요?” 담당 여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부잣집 출신은 아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증거도 없이 의심받는 일은 충분히 분노할 만했다. “그럼 동서가 말해봐요.” 조민주가 비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때 거실에 있던 사람은 동서뿐이었어요. 희수 아줌마는 우리 집에서 십 년 넘게 일했고 더 비싼 것도 건드린 적 없어요. 근데 동서가 온 이후로 딱 사라졌다? 동서가 아니면 귀신이 가져갔겠어요?” 성보람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형님이 일부러 모함하신 걸 수도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형님이 절 싫어하시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요. 제가 이 집에 들어온 날부터 줄곧 절 깎아내리셨잖아요.” “지금 말 다 했어요? 내가 그런 비열한 짓까지 했겠어요?” 조민주는 경찰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자 허겁지겁 남편 배혁수 쪽으로 몸을 돌려 안겼다. “혁수 씨, 동서 너무 뻔뻔해요. 당장 내쫓아 줘요. 더는 못 봐주겠어요.” 배혁수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에 긁힌 자국 투성이인 아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 아내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형수님이 그런 짓 할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배선우가 무심하게 들어섰다. 그는 성보람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성보람의 남편입니다. 증언하겠습니다. 성보람 씨는 돈을 굉장히 밝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값비싼 물건을 보고 잠시 유혹에 빠졌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죠. 그런 성격이니까, 이런 일 정도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성보람의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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