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내가 밥 사겠다고 한 건 어젯밤 도와준 거 고마워서예요.” 성보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친구 돈 돌려받는 문제 때문에 선우 씨한테 도움 좀 받으려고 했던 거고요. 그런데 우산은 뭘 암시하는데요?” “우산은 평생 바람과 비를 막아주겠다는 의미야. 그걸 모른다고?” 배선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정말 몰랐어요. 연애도 못 해봤고...” 성보람은 난감한 얼굴로 변명했다. 소설에서 본 건 벨트나 넥타이 주면 안 된다는 것 정도였지, 설마 우산까지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배선우는 그 말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뒤이어 들은 연애도 못 해봤다는 말에 살짝 진정됐다. 그런데 곧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성보람에게 던졌다. “그럼 이건 뭐야? 연애도 못 해봤단 사람이 이런 거 쓸 수 있어?” 성보람이 주운 건 레스토랑에서 자기가 낙서 삼아 썼던 메모지였다. 그걸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나 레스토랑에서 적은 거잖아요. 인터넷에서 본 문구 따라 쓴 건데, 어떻게 그게 선우 씨한테 있어요?” “나한테 쓴 거 아니었어?” 배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다음엔 호텔 카드키랑 전단지를 내 앞에 펼쳐놨지. 방도 미리 잡아뒀고. 누가 봐도 밥 먹고 우리 진짜 부부가 되자는 암시 아니었어?” “...” 성보람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가능했다면 이마에 ‘억울’이라는 글자를 천 번이라도 새기고 싶었다. “그 메모는 식당 이벤트였어요. 커플끼리 오면 할인해 준다길래 우리가 커플이라고 거짓말했거든요? 그쪽 직원이 벽에 붙일 한마디 써달라 해서 그냥 적은 거예요. 그리고 호텔은 진짜로 오늘 추첨으로 받은 1등 상품이라고요.” 그가 못 믿을까 봐 성보람은 손을 들며 맹세까지 했다. “전부 진짜예요. 한마디라도 내가 거짓말하면 나가다 차에 치일 거예요.” 여자가 그런 독한 맹세까지 하니, 배선우도 슬슬 자신이 오해한 게 아닐까 싶어졌다. 문제는 이건 단순한 오해 수준이 아니었다. 고상한 이미지 유지하던 배선우 입장에선 완전히 체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