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화리서
김서준의 말은 단호했다. 안국공은 잠기가 싹 달아났다. 혼사는 벌써 삼 년 전에 정해졌고, 예식까지 무사히 치렀는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태자가 마음을 바꾸겠다고 한다니.
게다가 두 가문이 정말 화리라도 하게 되면, 그 타격은 온전히 안씨 가문이 떠안아야 했다. 김서준은 태자이자 훗날의 폐하였다. 누가 감히 김서준의 말에 토를 달겠는가. 사람들은 죄다 안지연의 잘못으로 돌릴 것이고 그런 누명을 쓰고 나면 경성에서 누가 감히 안지연을 맞아들이겠는가.
안국공이 손을 비비며 공손히 나섰다.
“전하, 까닭을 일러 주시면 저희가 도모해 보겠습니다. 혼인과 화리는 아이 장난이 아니옵니다. 어찌 말 한마디로 정할 수 있겠습니까.”
뒤따라 들어온 안지연의 눈동자는 이미 빛을 잃었고 입가만 애써 당겨 올렸다.
“전하께서 안소민을 아내로 맞고 싶어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소민은 이미 출가하지 않았습니까?”
안국공이 나직이 외쳤다.
안지연은 김서준을 힐끗 보고는 말을 잇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 뜻은 분명했다. 안씨 가문이 경성의 명문이라 하나, 황실의 인척으로 올라서야만 비로소 완전한 신망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이런 좋은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김서준의 뜻은 이미 굳어 있었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맞다. 내가 맞아들일 사람은 안소민이다. 설령 이미 혼인했다고 하더라도 변방으로 가서 데려올 것이다. 그 일은 너희가 염려할 바가 아니다.”
안국공의 얼굴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떠돌았다. 어찌 태자가 느닷없이 서녀를 아내로 들이겠다 하는가. 안국공은 입술이 몇 번이나 떨렸으나 말이 나가지 않았다. 안소민의 혼사는 자신이 정한 바도 아니었고 신지운 장군과 약조를 뒤집을 배짱도 없었다. 하지만 태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얼어붙은 듯 침묵이 흐르자, 먼저 입을 연 쪽은 안지연이었다.
“아버지는 모르셨죠. 사실 안소민과 전하는 진작에 서로 얽혔습니다.”
안지연의 말은 더 믿기 어려웠다.
‘아니... 두 사람이 언제 그랬단 말인가.’
김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비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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