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강지유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소이현은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고 권승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상 감히 대들 용기도 나지 않았다.
오늘의 패배는 꼼짝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소이현은 예전에 강지유를 그저 감정적인 애일 뿐이라며 무시했었지만, 사실 무시할수록 상대는 더 기고만장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강지유의 체면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속이 다 후련해진 소이현은 방금 쏟은 술의 술값을 계산했다.
그러고는 여전히 미동도 없는 권승준을 바라보았다.
권승준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없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소이현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소이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권승준이 강도훈을 혐오하는 것과는 별개로 강지유는 엄연히 그의 여동생이었기에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정말로 손찌검까지 했으니 권승준이 자신을 탓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방에 들어선 권승준이 가죽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소이현은 문을 닫자마자 먼저 말을 건넸다.
“권 대표님, 혹시 제가 너무 과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권승준은 탐색하는 듯한 눈길로 소이현의 얼굴을 훑더니 그녀의 말을 잘랐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소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기분 좋은 날이었다. 감정적으로 강도훈과 완전히 선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강지유가 제 발로 나타나 화풀이 상대가 되어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권승준의 표정은 오히려 어둡게 가라앉았다.
“강도훈이랑 화해라도 한 건가요?”
소이현은 멍해졌다.
“그럴 리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즐거워하죠?”
소이현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를 만나셨어요?”
“만약 소이현 씨가 고발했다면, 그 양반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겠죠.”
권승준의 눈빛과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식었다.
“오늘 고발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를 모시러 갔을 때는 이미 강도훈이 모셔다드린 후였어요.”
권승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이현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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