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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반란호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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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윤시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흔들렸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도 윤시원이 신경 쓰여서 다시 돌아왔는데 대문 기둥 뒤에 서 있는 그녀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윤시원이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엄마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며느리를 우리 집에서 고르는 거지... 당신들은 뭐라고 이래라 저래라야? 난 시원이가 참 마음에 들어. 보면 딱 알잖아. 성실하고 예의 바른 아이라는 거. 그 전 여자랑은 비교도 안 돼. 에이, 됐어. 그만들 해.” “우리 집은 우현이를 장가 보내서 가문 지위를 지키려는 집안이 아니야. 우리 아들이 좋다 하면 그걸로 된 거야. 시원이는 바로 우리 집이 인정한 며느리야. 그 누구도 그걸 바꿀 수 없어!” 윤시원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불과 두 번밖에 마주하지 않은 나의 엄마가 이렇게까지 자기를 감싸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다른 부인들은 엄마의 단호한 태도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웃었다. 예전 내가 강윤서를 좋아할 땐 부모님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어릴 때부터 뭘 강요한 적도 없었고 늘 내 편이 되어줬다. ‘좋은 부모를 만났다는 건 참 큰 복이네. 앞으로 아버지랑 싸우는 일 좀 줄여야겠어. 그게 보답이 될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너희 아들 지금도 의사 한다며? 그렇게 큰 회사를 놔두고 아무도 안 이을 거야?” 누군가 못 참고 물었고 엄마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우리 아들이 뭘 하든 그건 자기 뜻이지. 우리 부부 아직 건강해. 앞으로 20년은 더 거뜬하다고. 우현이가 회사 안 잇겠다면 뭐 어때? 손주 생기면 걔한테 물려주면 되죠.” 그러더니 이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거 참, 자기 집 사정이나 잘 챙기지 그래? 우리 집 일에 이래라저래라 참견은 무슨! 더 그런 소리 할 거면 그냥 돌아가.” 엄마는 나도 윤시원도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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