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이 환자 상태가요...” “네가 주치의잖아. 네가 알아서 해.” 과장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제가 맡은 다른 환자들도...” “네가 주치의라고 했잖아? 넌 그 정도도 판단 못 해? 아니면 네 실력이 부족한 거야?” 과장은 마침내 얼굴을 들었고 그 불쾌한 눈빛이 그대로 내 속까지 파고들었다. 그제야 확신이 들었고 이건 단순한 업무 배정이 아니었다. 과장이든, 원장이든 그들이 내게 넘기는 이 환자들은 하나같이 골치 아픈 사례였고 그건 분명 일부러 던져주는 시험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건 하나였다. 바로 내가 못 버티고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과장실을 나섰다. ‘그래... 너희는 내가 나가길 바라겠지? 그렇다면 나는 끝까지 버틸 거야.’ 그 후로 나는 더욱 환자 케이스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환자들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고 심지어 그 고령 환자까지도 꾸준히 호전되고 있었다. 이 페이스만 유지된다면 앞으로 3일 내로 퇴원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밤이 되기도 전에 간호사가 급하게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진 선생님, 빨리 와보세요. 어르신 상태가 심각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은 단번에 달아났다. 최대한 빠르게 병실로 달려갔지만 이미 그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끝내 소용없었다. 사망 선고를 하자마자 환자의 아들이 울면서 내 옷깃을 붙잡았다. “아버지가 금방 퇴원할 수 있다며! 낮까지 멀쩡했잖아. 그런데 밤새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너지... 네가 우리 아버지 죽인 거 맞지... 맞지!” 그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분노는 폭발 직전이었다. “진정하세요. 정확한 사인은 조사해 볼 겁니다. 제가 처방한 약은 분명히...”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주먹이 내 몸을 강하게 때렸다. 의사로서 폭행을 직접 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의사가 이토록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