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사실 지난번 원장실에 불려 갔을 때부터 나는 이 결말을 이미 예상하였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계획보다는 훨씬 빠르게 이날이 닥쳤을 뿐이었다. 짐을 정리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받은 감사패들을 창고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나머지 물건들도 하나하나 정리했다. “엄마, 나 오늘 집에 갈게요.”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고 간단히 몇 마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윤시원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저녁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먼저 먹어.] 모든 걸 마무리한 뒤 나는 부모님 집 근처에 마련된 새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가사 도우미가 저녁상을 다 차려두었고 엄마는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책을 읽고 있는 척했지만 시선은 계속 현관 쪽을 향해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왔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안아주었고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 병원 과장이라는 사람 진짜 너무하잖아. 우리 아들이 얼마나 훌륭한 의사인데. 걔네 병원에서 일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에 무슨 정직이야. 감히 우리 아들을 그렇게 만들다니. 그리고 그 환자도 말이야... 환자가 죽으면 무조건 의사 잘못이야? 의사가 신이야? 왜 우리 아들을 때려? 감히 누가 그런 짓을 해?” 엄마는 분을 이기지 못해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가볍게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요. 피부만 좀 까진 거예요. 내가 의사인데 이 정도는 알아서 잘 치료할 수 있어요.” 그 말에도 엄마는 또 눈물을 흘렸다. 사실 부모님은 항상 내 병원 생활을 걱정하며 의사 일을 마뜩잖아했지만 막상 내가 정말 병원을 그만뒀다고 이야기하니 그 눈빛엔 짙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원장은 사생활도 엉망이던데... 병원 안에서 정치질까지... 그런 데 다시는 안 가도 돼.” 아버지는 신문을 접고 고개를 들며 단호히 말했다. “맞아. 우리 집 돈 없냐? 안 되면 내가 병원 차려줄게. 네가 원장직을 맡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럼 누가 너 잘라?” 엄마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