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그래요? 그럼 찾아오길 기다려보죠.”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들고 매니저에게 잔잔한 웃음을 건넸다. ‘누군 부잣집 자식 아닌가?’ 내 태도가 너무나도 침착하자 매니저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 곧 요리는 다시 나왔고 식사는 꽤 괜찮았다. 우리가 식사를 시작할 무렵엔 손님들도 거의 다 빠져나가 마치 레스토랑 전체를 전세 낸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시원이 준비했던 돈은 결국 꺼낼 일조차 없었다. “나 이런 고급 레스토랑은 처음 와봐요. 역시 맛이 다르네요. 나중에 월급 타면 꼭 한 번 정식으로 대접할게요.” 윤시원은 배부르고 행복한 얼굴로 식당을 나서며 환하게 웃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계속 시원 씨가 밥 사게 할 순 없지. 다음엔 내가 쏠게.” 매번 여자한테 밥 얻어먹는 건 내 성격에 안 맞았다. “그럼 우리 번갈아 가면서 사요.” 윤시원은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며 해맑게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식당 문을 나서려는 찰나 어디선가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의사로 오랜 시간 일한 경험 덕분일까,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재빠르게 파악한 나는 그대로 달려갔고 윤시원은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나를 따라 뛰었다. 주차장 한쪽 구석. 그곳엔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이 한 남자의 옆에서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남자는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여성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울먹이고 있었다. “제가 의사입니다. 상태를 좀 볼게요.” 내가 다가서자 여자는 마치 희망을 찾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빠가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어요. 119는 불렀는데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어떡하죠, 선생님?” 나는 곧바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근육에는 미세한 경련까지 보였다. 이미 거동은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나는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시작하며 여자에게 말했다. “근처 병원 검색해 보세요. 급성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