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고개를 돌린 임이서는 세상에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그녀는 임효진을 무시한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임효진은 빠르게 나와 그녀를 붙잡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는 아주 비싸기로 유명한 것이었다. 임효진도 자주 그 브랜드를 검색해보며 연성에 파는 곳이 없나 알아보았다. 파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임효진은 기회를 만들어 임도현이 가람시로 출장 갔다가 돌아올 때 사다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브랜드의 원피스를 지금 임이서가 입고 있지 않은가. 임효진은 믿을 수 없었다. 임이서가 자신보다 먼저 이 브랜드의 원피스를 살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 “임이서, 왜 이렇게 초라해졌어? 원피스 한 벌도 짝퉁을 사 입는 처지가 되었다니. 차라리 나한테 빌지 그랬어. 그러면 내가 돈이라도 조금 보태줬을 텐데. 그래도 사 입을 거면 티 나지 않게 비슷한 거로 사 입지.” 임이서는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구만수 말고도 돈이 나올 데 좀 있긴 한가 보네?” 그 순간 임효진의 얼굴이 굳어졌고 낮게 깐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구만수라는 사람 몰라. 그러니까 헛소리하지 마!” “난 네가 안다고 말한 적 없는데 왜 이렇게 흥분해? 설마 구만수와 그런 구린 관계인 거야?” 임이서는 바로 무언가 엄청난 걸 알아버린 사람처럼 놀라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임효진을 보았다. 마치 임효진과 구만수가 더러운 한통속이라도 되는 것처럼. 임효진은 임이서의 혐오 가득한 표정에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늘 자신이 임이서를 무시하던 입장이었지 임이서가 자신을 무시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꾹 참고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말했다. “가람시에 대단한 인물 두 분이 오셨는데 알고는 있어? 지금 두 분 VIP 관람석에 계셔. 우리 큰오빠가 날 데리고 가서 인사 시켜 줄 거야. 나중에 가람시에서 대학교 다니게 될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