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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임지민은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정확히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자를 봤지?’ 그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웃으며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 칠현이에요. 제가 연기를 도와드릴까요?” 임이서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필요 없어요.” 덤덤한 목소리마저 사도 영랑의 초연한 마음과 닮아 있었다. 냉담한 상대의 반응에도 임지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는 내심 생각했다. ‘일반인이 나를 보고도 들뜨지 않는 건 이미 몰입했다는 뜻이겠지. 연기에 아주 재능이 있어.’ 반면 임이서는 마음속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그를 잔뜩 흘겨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빠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 봐선 친동생인 그녀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첫 번째 장면 촬영이 시작되고 임이서는 와이어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검을 품은 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내려오는 그녀의 눈매는 차가우면서도 놀랍도록 아름다웠으며 두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이후 와이어를 제거하고 칼집만 든 채 유려한 동작으로 몇 명의 요물을 물리쳤다. 카메라가 영랑의 얼굴에서 나무 기둥에 묶인 임지민에게 옮겨갈 때 감독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컷!” 임이서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고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감독이 ‘컷'을 외친 후 기운이 빠진 사람도 있었다. “봐, 이번 사도 영랑도 마음에 안 들어 하잖아. 또 허탕 쳤네.” 그런데 송진우가 사도 영랑을 지나쳐 임지민에게 달려가 대본을 들고 설명할 줄이야. “여기서 조금 더 놀라고 충격받아야 해. 그저 감탄하는 표정으로 영랑을 바라보는 건 남자 주인공 이미지에 안 어울려. 영랑을 처음 보는 상황이야. 영랑은 혼자 수많은 요괴를 물리치면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신격을 가졌어. 그러니 영량의 시선이 너에게 닿을 때 넌 움찔하며 움츠러들어야지. 겁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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