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참으로 뜻밖이로군. 당당한 수보의 어미가 그리도 인색하다니...”
“그러게 말이오. 저 시녀 아이는 어미의 병을 고치려 돈을 빌린 것뿐이지, 안 갚겠다는 것도 아니건만... 그 얼마 되지 않는 돈조차 내어주지 않으니 앙심을 품을 만도 하오.”
“그래도 저만하면 착한 것이오. 독이라도 썼으면 어찌 되었겠소.”
주변의 수군거림에 시어머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으나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 비굴한 태도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돈이 필요하다면 나를 찾거라.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몸에 돈 한 푼 없으시다.”
시녀가 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없다고요? 저분은 수보 대인의 친어머니시거늘, 어찌 돈이 없다 하십니까?”
“영국공부의 적녀인 귀하디귀한 분께서, 저희같이 천한 시녀들의 목숨을 어찌 굽어살피시겠습니까?”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사실 예전의 나도 노비들을 하찮게 여겨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우씨 저택의 은전은 모두 할머니께서 거두시느니라. 우리 어머님께서는 날마다 문밖도 나서지 않으시고 손에 돈 한 푼 없으시다. 네가 이 집에 들어온 지 한 해가 넘었거늘, 어머님께서 바깥 길 나서는 것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느냐?”
아진이 고개를 돌려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시어머니는 눈물이 글썽한 채 고개를 저으며 연신 사과했다.
“미안하다, 아진아. 내게는 돈이 없다. 돕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그러지 않았다.”
아진은 눈시울이 붉어져 더는 말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사람들은 ‘수보의 어머니가 돈 한 푼 없다’는 사실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우혁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우 노부인을 향해 물었다.
“할머니, 은전 관리하시면서 매달 어머니께 한 번도 내어드린 적 없으십니까?”
우 노부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힘겹게 대답했다.
“은전을 관리하기는 하나 나이 들어 머리가 자주 아픈 탓에 빠뜨리는 것이 많구나. 네 어미도 돈을 달라 말한 적 없기에 필요치 않은 줄 알았다. 그리하여 그만 잊어버렸지.”
겉으로는 그럴듯한 말이었다. 우 노부인의 나이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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