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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 병은 타고난 것이었다. 그래서 수년이 지나도록 그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저 진현왕이 살아 있다는 것, 이름이 공세현이라는 것만 알 뿐이었다. 이때 공세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가 쏟아질 것이니 어서 돌아가시오.” 나는 끝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였다. ‘설마... 허튼소리를 하시는군.’ 하지만 얼마 안 지나서였다. 쾅! 우르릉 쾅쾅! “...”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그가 말하자 곧장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비가 쏟아졌다. 장대비가 순식간에 퍼붓자 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피고는 얼른 돌아가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뒤편 산림을 돌아보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방금 내가 온 길이... 어느 쪽이었지?” 불행히도 나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아무 방향이나 잡고 걸어가 보자 결심했다. 그러나 얼마 걷지도 못해 발밑이 텅 빈 듯 휙 꺼졌다. “아악!” 쾅! “아으, 아파라...” 나는 그대로 땅굴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굴 어귀가 잡풀에 덮여 있어 그곳이 구멍인 줄도 모르고 발을 내디뎌 버린 탓이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동그란 굴 입구로 한 줄기 빛만이 스며들 뿐이었다. 그 빛 덕에 겨우 안쪽을 살필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굴 안에는 어둡디어두운 길이 이어져 있었다. 검게 뚫린 그 길을 보는 순간, 온몸에 오싹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살려 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살려 주세요!” 나는 간절히 외치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굴 어귀에 나타나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부르짖어도 대답은 없었다.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깜깜한 길 속으로 들어갈 용기도 없고 굴 입구를 기어오를 수도 없었다. ‘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부인...” 문득 가까운 곳에서 미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우혁수의 목소리였다. 나는 두 눈을 번쩍 뜨며 황급히 몸을 일으켜 대답했다. “여기 있어요! 저 여기 있어요...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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