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다정아, 다영아, 얼른 가서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살펴보거라. 필요한 건 전부 준비해야 한다. 오늘 밤 안으로 위유정이 반드시 우씨 집안에 들어와야 하니까.”
다영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마님, 유정 아씨가 마님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까 봐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않는다. 차라리 우혁수가 위유정을 죽도록 사랑해서 나한테 이혼장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다영아, 괜히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그저 나가서 준비나 돕거라. 네가 모시는 주인은 지금 오로지 이혼만 바라고 있으니. 난 이 집을 떠나고 싶다. 세상 어디든 가서 내 마음대로 살고 싶구나.”
왜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냐고?
곧 이 도성 안에서도 나를 받아줄 곳이 없어질 걸 아니까.
영국공부에서조차 더는 날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이 도성에 내가 설 자리가 없다면 나는 바깥으로 나가 내 삶을 잘 살면 그만이다.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나를 노려보는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혁수가 뜰 입구에 서 있었다.
그 눈빛은 내게 꽂혀 있었고 결국 그는 냉랭한 얼굴로 돌아섰다.
방금 내 말을 분명 들었을 것이다. 우혁수가 날 찾아온 것도 결국 위유정 때문일 터였다. 내가 괜히 그녀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온 걸 테지만 이제 내 속마음을 들었으니 안심이 됐을 테고, 어쩌면 속으론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오후쯤이면 위유정이 이 집안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혼사 준비를 하던 사람들마저 멈춘 듯했다.
“마님, 나리가 뭔가 말씀을 하신 모양입니다. 갑자기 다들 준비를 멈추더니, 나리는 첩을 들일 생각이 없다고 하셨답니다.”
나는 그리 놀라진 않았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설마 정말 하연주 말고는 이 사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인이 없는 걸까?
“형님...”
고개를 돌린 나는 울먹이며 뛰어 들어오는 위유정을 보았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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