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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미련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료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있었고 경찰서 앞에도 구경꾼이 잔뜩 몰려 있었다. 지나가던 남녀들도 모두가 마치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석진은 상황이 먹혀든 걸 눈치챘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에 쥔 칼을 목 쪽으로 들이댔다. “은진아, 내가 여기서 목숨으로 너희 엄마한테 사죄할게.” 속이 뒤틀릴 정도로 불쾌해진 나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소석진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망설이고 말았다. 소석진이 진심으로 자살할 거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사람을 진짜로 몰아붙여 사람들 앞에서 죽게 만들 수 있을까? 무심코 구경꾼들을 훑어보니 이미 몇몇은 인터넷에 올릴 셈인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있었다. 인터넷을 자주 하는 나는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저 소석진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만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상황의 전후 사정 따윈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을 테고 관심도 없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나를 주목하게 될 것이었다. 지금 내가 그냥 자리를 피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건 비난뿐일 거였다. 그 순간, 나는 주성훈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이 상황쯤은 가볍게 정리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자신을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자꾸 그 사람에게 기대는 걸까? 그 사람이 뭐라고, 난 왜 늘 주성훈한테 도움을 바라는 걸까? 씁쓸한 마음을 안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수습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때 심우진이 다가왔다. 심우진은 조용히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처리할 테니 먼저 사무실로 돌아가 있어.” 나는 순간 멍해졌다. 지금 심우진이 나 대신 소석진을 상대하겠다는 건가? 심우진은 곧장 나를 지나쳐 소석진 앞에 섰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심우진은 한마디 말도 없이 빠른 동작으로 소석진의 손에서 과도를 빼앗았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던 경비에게 말했다.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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