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복잡한 사정
주성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놓지 않고 오히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쥔 채 엄지로 살며시 뺨을 쓸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박하 향은 저도 모르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낮게 속삭였다.
“착하지? 그냥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그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체념이 배어 있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내가 외국에 가는 게 왜 그를 위한 일일까?
원래는 주성훈의 손을 뿌리치려 했는데 그 말을 듣고는 이상하게도 조용해졌다.
주성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랑 구소연 사정은 복잡해서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그냥 내 말 듣고 외국 가서 공부해. 응?”
나는 조용히 주성훈을 바라봤다.
드디어 주성훈의 입에서 구소연의 이름이 나왔지만 정작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 나지막이 답했다.
“저는 화림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만약 엄마의 유언 때문이라면 제가 엄마 묘소에 가서 직접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혹시 구소연 씨가 불쾌해할까 봐 그러시는 거라면...”
나는 잠시 멈칫하다 이내 덧붙였다.
“앞으로 아저씨랑 구소연 씨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게요.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요.”
주성훈은 구소연과의 사이가 복잡하다고 했고 그를 위해서라도 내가 해외로 나가길 원했다.
어쩌면 구소연이 오해할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훈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여자 친구라고 소개한 적이 있으니 구소연이 나를 경계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했다.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구소연도 결국 마음을 풀 테고 우리는 남이 될 것이다.
어차피 각오했던 일, 나와 주성훈은 본래 구해준 사람과 구해진 사람일 뿐이었다.
우리의 신분 차이도 명확했다.
주성훈은 제도 주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으로서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화림을 떠날 사람이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평생 엮일 일도 없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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