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우리 사이는 연기가 아니야.
나는 그 자리에서 마치 얼어붙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손과 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몸이 굳어 있던 그때, 자리에 앉아 있던 주성훈이 천천히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긴장하지 마. 천천히 말해.”
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귀에 스며들었다.
나는 무심코 그의 뒤쪽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그들의 모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스쳤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주성훈이 가볍게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는 덧붙였다.
“가자. 밖에서 얘기하자.”
그는 내 손을 잡고 문 쪽으로 향했다. 뒤에 있는 친구들을 내게 소개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나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
방을 나서기 전, 스친 시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방엔 다섯 명이 있었고 이정환과 신도윤을 제외한 세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들은 호기심을 감추지 않은 채 나를 살피고 있었지만 그 눈빛엔 미묘한 적의가 섞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저들을 화나게 한 적이 있었나?’
그런데 시선이 신도윤에게 닿는 순간, 이유를 깨달았다.
그 세 사람은 신도윤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경계심과 약간의 반감이 서려 있었다. 아마도 주성훈과 보미 사이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여동생을 위해 나를 못마땅해하는 모양이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차라리 오빠인 이정환 쪽이 나에게 더 친절한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앞으로는 저들과 부딪힐 일 없게 조심하는 게 좋겠네.’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문이 닫히자 주성훈이 나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급히 생각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화면을 내밀었다.
“이거 봐요.”
그는 화면을 한 번 훑어본 뒤 곧바로 내게 돌려주었다.
“이미 알고 있어. 걱정 마, 내가 처리할게.”
나는 순간 멍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제도의 최고 명문가라면 여론을 얼마나 중시할지는 뻔하고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내가 괜히 조급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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