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그럼 너도 나한테서 떠나지 마
주성훈은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쉽게도 놓쳐버렸어.”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주성훈이 나한테 숨겼던 일에 대해서는 딱히 상처받지 않았다.
아버님과 관련된 일이니 그만큼 비밀스러운 거였고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요?”
벌써 십 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 단서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주성훈은 다시 제도로 돌아온 상황인지라 혹시 그 용병 두목 아들을 쫓는 걸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닌지 궁금했다.
주성훈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린 계속 추적할 거야. 다만 자세한 과정은 너한테 말할 수 없어. 그냥 그 정도만 알아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이해해요.”
주성훈이 나에게 숨기는 건 내 안전을 감안해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이런 일은 위험한 게 뻔하니까 내가 아는 게 적으면 오히려 나은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어 나는 몸을 일으켜 주성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성훈 씨가 그날 가훈 쇼핑몰에 있었잖아요. 혹시 오지혜를 죽인 범인을 목격했어요?”
주성훈은 조용히 나와 눈을 마주쳤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주성훈이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주성훈은 다시 내 머리를 안아 품에 감싸안은 채, 슬쩍 화제를 돌렸다.
“자기야, 이 말은 미리 해두고 싶었어.”
그 말투가 꽤나 진지했던지라 나도 순간 긴장했다.
“난 네가 단순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해...”
나는 조용히 주성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주성훈은 살짝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주씨 가문은 진짜 수렁이야. 나도 많이 고민하다가 결국 널 곁에 두기로 한 거였어. 그런데 지금은 다시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어. 네가 위험에 빠질까 봐 너무 두려워. 나 때문에 다치는 것도 두려워.”
전에 심우진은 주씨 가문이 복잡한 가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지금 주성훈도 주씨 가문이 수렁이라는 걸 보면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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