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구소연이 떠나다
구소연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오빠, 베른으로 안 가면 안 돼? 여기 남고 싶어.”
그러나 구기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주성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훈 씨, 앞으로 헛된 꿈도 꾸지 않고 소은진도 괴롭히지 않을게. 성훈 씨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그 뻔뻔함에 순간 감탄이 나왔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죄를 뉘우치기엔 너무 늦었다.
그녀가 앞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도 믿을 수 없었고 결국 그녀를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주성훈 역시 침묵했다.
구소연은 점점 더 처절하게 울었고 격한 감정 탓에 어깨 상처가 벌어져 고통에 몸부림치다 들것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계속 신음을 토해냈다. 함께 동행한 구씨 가문의 의료진이 있었지만 구기윤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구기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또 난리를 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했어. 고통스러운 것도 참아봐.”
구소연이 울부짖었다.
“오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부모님께 전화할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고 한마디를 제대로 내뱉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얼굴에는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러나 구기윤은 말없이 부하들에게 그녀를 옮기라고만 지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그의 냉정함에 놀랐다.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라도 교훈을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구씨 가문은 그녀를 지나치게 귀하게 키웠고 그 덕에 그녀는 제멋대로 행동해 왔다.
“구기윤, 내 오빠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냉정할 수 있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다 알아. 내가 가주 자리를 빼앗을까 봐 두려운 거잖아.”
구소연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 이기적이고 냉정한 놈아. 똑같이 당하는 날이 분명히 올 거야.”
한때 우아하고 고귀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억눌린 분노가 그대로 터져 나왔다.
구기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입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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