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내 운전 기술 어때?

“난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어. 반에서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지. 그런데 그게 뭐가 대수야? 여전히 돈이 없고 여전히 찌질하게 살잖아.” “그런데 윤재가 나한테 돈을 많이 줬어. 덕분에 우리 엄마는 더 이상 매일 폐지 주우러 다니지 않아도 됐고 나도 매 끼니마다 김치랑 배추만 먹는 신세는 면했어...” “그게 언제까지 갈 거라고 생각해?” 백아린이 송유진의 말을 자르며 날카롭게 물었다. “너 정말 도윤재와 백시연이 평생 널 먹여 살릴 거라 믿어? 동생인 나까지 해치려고 계획을 짜는 사람들인데 하물며 너한테는 어떻겠어? 지금은 네가 쓸모 있으니까 억지로 감싸주는 거지,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어떻게 될 것 같아?” “너는 그 사람들의 온갖 비밀을 알고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이 널 가만히 둘까? 혹시라도 일이 터지면 모든 죄를 너한테 뒤집어씌울 게 뻔한데?”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사람들 아니야!” 송유진은 부정했지만 속에서는 이미 두려움이 꿈틀거렸다. 도윤재가 백아린에게 그렇게 좋게 굴었던 것도 전부 계산이었다면 자신한테는 오죽할까. 백아린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진짜 행복해? 남이 던져주는 돈을 쓰면서, 남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면서 하루하루 눈치만 보며 사는 게 진짜 행복하냐고?” 그 말은 송곳처럼 송유진의 속을 찔렀고 그녀는 마음이 무너져 내린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정말 행복한가?’ 송유진이 원하는 게 돈은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며 불쌍하게 여겨져 베품을 받는 건 싫었다. 도윤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난 후 송유진도 자신이 더 이상 주체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백아린에게 죄책감을 가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백아린은 송유진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건 네 엄마 때문이야. 이게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니까 잘 생각해 봐. 그리고 앞으로 열흘 동안 도윤재는 분명히 수단 안 가리고 나를 더 심하게 몰아붙일 거야.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