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전교생 앞에서 망신
메시지를 열어보니 매일 밤 12시 정각에 도윤재가 어김없이 보낸 ‘잘 자’ 한 줄이 있었다. 게다가 틈날 때마다 이런 장문의 글도 있었다.
[아린아, 요즘 너 왜 그래? 네가 너무 달라져서 내가 몰라보겠어. 며칠째 너무 힘들다. 네가 멀어진 것 같아. 우린 서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었는데... 너 예전에 나랑 같이 수능 보고 같이 대학 가고 같이 졸업하고 같이 일하고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잖아? 요즘 너 공부 열심히 하는 거 보니까 내가 다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다. 힘든 거 알아. 난 네가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원하지 않아. 나, 너 평생 책임질 수 있어. 절대 부담 안 줄게.”
‘하, 정말 잘도 연기한다. 이렇게까지 와서도 그렇게 ‘순정남’ 코스프레가 가능하다니 평생 속아줬던 내가 오히려 대단할 지경이다.’
보기만 해도 신경에 거슬려서 백아린은 곧바로 그를 차단했다.
이어서 송유진과의 카톡 대화창을 열고 문자를 보냈다.
[유진아, 준비는 잘 돼 가? 모레 수학여행 때 바로 실행할 거니까, 혹시 힘들면 지금 말해도 돼. 괜찮아.]
그러자 송유진이 빠르게 답장했다.
[할 수 있어. 예전에 내가 너한테 한 짓들... 이번 일로 갚을게. 안 그러면 평생 친구로 얼굴 들 수 없을 거야.]
백아린은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너도 공부 잘 준비해. 수능 얼마 안 남았으니까. 학교에선 나 싫어하는 척해도 개인적으로 문제 있으면 언제든 카톡 해.]
[응. 아, 아까 도윤재가 나한테 연락했어. 네가 자기 차단했다고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던데 뭐라고 할까?]
[그냥 네 엄마 일 때문에 나한테 아직 화난 상태라 연락 안 한다고 해. 그래서 나한테도 아는 게 없다고.]
[알았어. 그럼 너도 얼른 자.]
대화창을 닫은 백아린은 침대에 누웠고 머릿속에는 모레 있을 수학여행 장면이 그려졌다.
‘도윤재, 네가 날 수능 못 보게 하려고 별짓 다 해도…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말 몰라? 게다가 난 이제 네 장난감이 아니거든.’
그렇게 한숨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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