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7장

마음속으로는 온갖 의심과 추측이 떠오르겠지만, 차은우 앞에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마치 아무렇지 않은 척, 신경도 안 쓰는 척 행동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으면서. 추미은은 이런 가식녀를 가장 혐오했다. 진짜로 가식덩어리야! 서하윤은 추미은의 말과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다. “추미은 씨, 당신 생각엔 차은우가 아직도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고 생각해?” 추미은은 순간 멍해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차은우가 기억을 되찾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그럴 리 없어. 의사가 확실히 그랬어, 그 사람 평생 기억을 되찾을 수 없을 거라고.” 그녀는 차은우가 기억을 되찾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3년 전에 차은우를 구진영으로 신분을 바꾼 것이었다. 서하윤만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지금도 M 국에서 여유롭고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쪼들리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사는 날마다 손해를 보고 있고, 그 손실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자신의 지금 거의 빈털터리가 될 상황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단정적인 일은 없어. 우리 둘 다 여자니까, 말을 너무 심하게 하고 싶진 않아. 다른 일이 없으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앞으로 다시는 찾아와서 날 귀찮게 하지 마.” 서하윤은 추미은과 더는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3년 전 병원에서 차은우를 돌봐줬던 추미은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에, 이후 그녀가 차은우를 속이고 이용했던 것에 대해선 눈감아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서하윤이 일어나 떠나려 하자, 추미은은 당황해하며 급히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잠깐만! 아직 얘기 다 못했어! 너, 오늘 내가 차은우를 어디서 만났는지 알아? 그 사람이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지도 않아?” 추미은은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서하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추미은의 시선을 마주 보며 물었다. “네 얼굴의 상처, 차은우가 때린 거야? 아니면 장 실장이 때린 거야?” “